주요 택배업체들이 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정해 사흘간 택배 배송 업무가 중단된다. 전국택배연대노조의 제안에 택배사들이 화답해 성사된 첫 공식 휴일로, 택배 노동자들의 업무 환경 개선과 휴일 보장 움직임에 불을 댕겼다.
14일 '택배 없는 날'은 1992년 택배업이 시작된 지 28년 만에 처음 맞는 공식 휴무일이다. 이번 휴무에 동참하는 택배회사는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로젠, 우체국택배 등 5곳이다. 이들 업체는 택배업계 물량의 약 95%를 차지하고 있다. 5만여 명의 택배기사 및 사무직원들이 쉴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우체국택배의 경우 소속에 따라 나뉜다. 물류지원단을 통해 위탁 계약된 '소포위탁배달원'은 14일 휴무에 동참하지만, 우정사업본부에 소속된 공무원인 집배원은 이날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고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17일에 쉰다.
택배노조 측은 '택배 없는 날'을 정한 것은 단순한 '휴일'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주 6일 근무하는 택배기사 대부분이 개인사업자다 보니 연월차가 없다는 것이다. 혹여나 쉰다 하더라도 자신의 빈 자리를 메울 사람, 업계 용어로 '용차(대신 일해주는 사람)'를 구하고 쉬어야 하는 구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용차가 숙달된 인력이 아닐 경우 문제가 생긴다. 배달 시간이 상대적으로 오래 걸리고 고객과 소통하는 법도 미숙해 시간당 처리할 수 있는 택배 물량이 제한적이다. 이런 부담을 감수하며 하루를 쉴 바에 무리를 해서라도 일을 해온 게 지금까지 택배업계의 불문율이었다는 것이다.
김세규 전국택배연대노조 교육선전국장은 "지난해부터 '하루라도 휴일을 달라'고 요구해왔다"며 "휴가가 필요한 택배노동자들의 현실을 사회적으로 알리고 공감대와 지지를 얻어냈다. 휴일 보장을 공론화하기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택배 없는 날'이 사실상 18일(화)에 몰리는 택배 물량만 가중시킬 뿐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14일에 배송하지 않은 택배 물량은 주말 물량과 함께 쌓여 '조삼모사'라는 것이다.
더욱이 평년에는 휴가철인 8월 택배 물량이 평시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택배 비수기였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져 비수기도 아니라는 게 택배업계의 얘기다.
택배기사 A(50) 씨는 "나흘치 물량이 화요일에 한꺼번에 몰린다면 명절 대목 수준이 될 것 같다"며 "하루를 쉬든, 이틀을 쉬든 어차피 할당된 물량은 정해져 있어 일부 기사 사이에서는 14일에도 나와서 일을 하자는 말도 나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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