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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당 ‘백선엽 파묘’ 입법 가속…역사에 대한 폭력이다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운암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 주관으로 송영길,안민석,이상민 의원실 등 공동주최로 열린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운암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 주관으로 송영길,안민석,이상민 의원실 등 공동주최로 열린 '상훈법·국립묘지법 개정을 위한 국회 공청회'에 고 백선엽 장군 등 친일 인사로 지목된 인물 묘비 모형들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주최한 '상훈법·국립묘지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친일 인사로 지목된 인물이 국립묘지에 안장되더라도 파묘(破墓)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법안 개정을 위한 공청회였다. 백선엽 장군이 대전현충원에 안장된 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여당이 백 장군 등을 타깃으로 한 파묘 입법(立法) 절차에 돌입했다.

민주당 의원 세 명이 국립묘지법 개정안 이른바 '파묘법'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김홍걸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결정한 친일반민족행위자를 국가보훈처장이 국립묘지 밖으로 이장을 명하도록 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는 이미 백 장군 등 서울 국립현충원과 대전현충원에 묻힌 12명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했다. 파묘법이 처리되면 백 장군 등은 파묘돼 현충원에서 나와야 한다.

공청회에서 나온 발언을 보면 국립묘지에서 파묘될 대상자가 늘어나고, 박정희 전 대통령까지 포함될 개연성이 농후하다. 민주당 역사와 정의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강창일 전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 인사인데, 5·16 군사 쿠데타 주범들하고 같이 있다"며 "살아있는 사람도 이게 용납이 안 되는데, 죽은 사람도 용납이 안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친일반민족행위자 및 반민주 군사쿠데타 주모자에 대한 파묘는 필연적 과정"이라고 했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는 공(功)과 과(過)가 있는 법이다. 백 장군 경우 한국전쟁에서 나라를 구한 사실은 고려하지 않고 간도특설대 근무를 이유로 파묘를 추진하는 것은 국민 대다수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인물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공정하고 납득할 정도로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파묘법 추진은 옳지 않다. 혼란과 분열만 부를 뿐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를 뒤집어 현충원에 묻힌 인물들을 파낼 것인가. 일제강점기와 남북 분단의 역사적 특수성을 외면하고 공과를 제대로 규명하지 않은 채 정권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파묘를 추진하는 것은 역사와 국민에 대한 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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