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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일터는 안전한가요] <4>인명 앗아가는 산업 현장의 화재·폭발사고

매일신문·TBN대구교통방송 공동기획
대구경북 지난해 화재·폭발 재해자 62명…최근 3년 사이 증가세
사전 위험성 평가와 작업허가서 작성 등 예방이 중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특별단속반이 12일 오후 경북 경산 진량읍의 한 생산업체에서 화학물질 화재 안전점검을 벌이고 있다. 서광호 기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특별단속반이 12일 오후 경북 경산 진량읍의 한 생산업체에서 화학물질 화재 안전점검을 벌이고 있다. 서광호 기자

산업 현장은 위험으로 가득하다. 특히 작업장 내 화재나 화학물질로 인한 폭발로 해마다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용접작업 중에 불꽃이 튀거나 전기기기 합선으로 큰불로 번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화학물질의 혼합 비율 잘못으로 폭발이 일어나기도 한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안전보건공단)의 특별단속반과 함께 제조업체를 찾아 화재·폭발 관련 안전실태를 점검해봤다.

◆생산 현장의 화재·폭발 위험 긴급 점검

12일 오후 1시 30분쯤 경북 경산 진량읍의 한 화학제품 생산업체. 천막에 화학물질을 입히는 기계가 큰 소리를 내며 작동했다. 작업자들이 기계 곳곳에서 굵은 땀을 흘리며 생산 공정을 살폈다. 업체 내 분리된 다른 작업장에선 여러 화학물질을 일정한 비율로 혼합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독한 화학물질 냄새를 막고자 직원들은 방독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직원이 36명으로 중소 규모인 이 업체는 점착제와 인테리어 시트지 등을 생산해 LG와 삼성 등에 납품하고 있다.

이날 이 업체에 대해 안전보건공단의 특별단속반(패트롤)이 안전점검에 나섰다. 2명으로 구성된 특별단속반은 화재와 폭발사고를 예방하고자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작업장 내 관리 실태를 살폈다. 메탄올 등 각종 물질을 자동으로 혼합하는 공정에서 발열이 일어날 수 있는데, 이에 대응하는 냉각시스템과 화재 대응 매뉴얼을 확인했다. 화재 때 확산 방지와 구조, 이송 등 직원들 간의 방재업무 분담 체계도 점검했다.

점검을 마친 특별단속반은 안전관리부장에게 폭발물 위험장소 내 감지기 등의 관리 상태는 양호하지만 ▷선풍기 등 점화원을 인화성 물질과 떨어진 곳으로 격리 ▷외부에만 있는 폭발물 위험 안내문을 작업장 내에 부착 ▷인화성 유증기를 배출하는 환기 시스템 등에 대해선 개선과 주의를 당부했다.

업체의 안전관리부장은 "냉각수 등 긴급 냉각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화재 확산을 막고자 여러 공정을 분리된 공간에서 진행한다"며 "해마다 두 차례 소방과 긴급 대피 훈련을 벌이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별단속반의 지적대로 혹시 모를 누전과 감전, 정전기 등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고자 작업장 내 안전을 보완하겠다"고 했다.

◆해마다 화재·폭발로 사망자 발생…사전 예방 중요

해마다 화재·폭발로 인한 산업 재해는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제조업현장에서의 사고가 많은 편이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화재·폭발 사고 재해자 수는 490명이고, 사망자는 37명에 이르렀다. 이 중 대구경북의 재해자는 62명이었고, 사망자는 3명이었다. 이를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재해자가 43.5%인 27명을 차지했다. 사망자도 2명이 제조업에서 발생했다.

대구경북 화재·폭발 재해자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2015년 68명에서 2016년 56명으로 줄었고, 2017년에는 46명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2018년에 56명으로 늘었고, 지난해는 62명을 기록하며 4년 만에 다시 60명대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제조업도 비슷한 흐름으로 보였다. 특히 제조업 내 사망자는 2015, 2016년 각각 1명에 그쳤지만 이후 2~4명의 사망자를 내고 있다.

산업재해 사망자 중 화재·폭발사고는 비중이 작지만, 사망할 수 있는 위험이 크다는 것이 특징이다. 사고 사례를 보면 배관라인 용접 때 우레탄 폼에 불꽃이 튀어 화재가 일어나거나, 작업장 내부에 있던 인화성 가스가 폭발해 사고가 발생했다. 불이 붙을 만한 물질을 가까이에 두거나, 충분한 환기와 통풍이 이뤄지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를 예방하려면 사전 위험성 평가와 작업허가서 작성, 남아 있는 불티 확인 등의 규칙 준수가 중요하다. 우선 사업주와 관리감독자는 작업 내용과 방법, 안전조치 등 작업 단계별로 위험요소를 평가해야 한다. 이를 거쳐 작업허가서를 작성한다. 허가서에는 가연성 물질 제거와 소화 기구 비치, 불꽃 튀기 방지 조치, 인화성 액체 증기·가스 환기, 근로자 피난 및 화재 예방 교육, 보호장구 지급·착용 등 안전조치 확인사항이 담겨 있다.

제조현장 특별단속반인 김우태 안전보건공단 차장은 "산업 현장의 화재·폭발 사고는 빈도가 낮지만 한 번 발생하면 다수의 사망자가 나올 수 있어 고위험 사업장에 대해 집중 관리를 벌이고 있다"며 "생산에 투입되는 화학물질 등 가연물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 정전기와 금속 마찰 등 점화원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특별단속반이 12일 오후 경북 경산 진량읍의 한 생산업체에서 화학물질 화재 안전점검을 벌이고 있다. 서광호 기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특별단속반이 12일 오후 경북 경산 진량읍의 한 생산업체에서 화학물질 화재 안전점검을 벌이고 있다. 서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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