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野, 김원웅 기념사에 "망나니짓" vs 與 "친일파 대변자냐"

김원웅 광복회장 '친일 인사 파묘' 광복절 기념사 두고 신경전

김원웅 광복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원웅 광복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김원웅 광복회장이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친일 인사들의 파묘(破墓)를 주장하는 취지의 광복절 기념사를 한 것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먼저 미래통합당 등 야권에서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느낀다" "파직해야 한다" "깜냥 안되는 망나니짓" 등 강도높은 비판이 터져나왔다.

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945년 8월 14일 이후 나라를 위해 무엇을 했건 친일파" "친일파 대변자냐"며 날을 세웠다.

김 회장은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75주년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에서 "대한민국은 민족반역자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가 되었고, 청산하지 못한 역사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승만은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를 폭력적으로 해체시키고 친일파와 결탁했다"며 이승만 전 대통령을 직함도 없이 지칭했다. 또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선생을 '민족 반역자'라고 불렀다.

특히 "친일·반민족 인사 69명이, 지금 국립현충원에 안장돼 있다"며 현충원에 있는 친일·반민족 인사들의 묘 이장을 골자로 하는 국립묘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은 16일 논평을 통해 "그가 언급한 내용이 국민화합을 선도하는지, 회원들의 뜻을 대표하는지 지극히 의심스럽다"고 비판하는 한편 김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전날에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과거를 청산을 미래로 가야 하는데 자꾸 과거에만 매몰돼 사소한 것까지 다 찾아내면 과부하가 걸려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고 했다. 또한 "모든 것에는 공과가 있고, 우리가 애국가를 부른지도 수십년인데, 그럼 여태까지 초등학생부터 모든 국민이 애국가를 부른 행위는 잘못된 것이고 부정해야 하느냐"며 "(파묘법은) 공과를 떠나 반인륜적인 행위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김기현 통합당 의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느낀다"며 "민주당에 차고 넘치는 친일파 후손에 대해선 면죄부를 주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앞세워 자신의 배를 채운 윤미향 민주당 의원 같은 사람도 정의의 이름으로 심판하지 못하는 주제에 어디에 대고 친일청산 운운하냐"고 했다.

이어 김 의원은 "깜냥도 안 되는 광복회장의 망나니짓에 광복절 기념식이 퇴색돼버려 안타깝고 아쉽다"며 "정작 일본에는 한마디도 제대로 못 하면서, 거꾸로 국민을 상대로 칼을 겨누고 진영논리를 부추기는 사람은 광복회장의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15일 광복절 75주년을 맞아 제주 조천체육관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 축사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축사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15일 광복절 75주년을 맞아 제주 조천체육관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 축사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축사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광복절 당일 김률근 광복회 제주지부장 대독으로 진행된 경축사가 끝나자 미리 준비했던 원고 대신에 즉석에서 "우리 국민의 대다수와 제주도민이 결코 동의할 수 없는 매우 치우친 역사관이 들어가 있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이어 "제주지사로서 기념사 내용을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반면 여당에서는 김 회장 경축사에는 환영의 뜻을 밝히는 한편 야당을 향한 반격을 펼쳤다.

박재호 민주당 의원은 SNS에서 김 회장 기념사를 비판한 통합당 소속 원희룡 제주지사의 광복절 기념사를 언급, "부끄럽고 가슴 아픈 역사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의원은 "친일의 기준일은 1945년 8월 14일이다. 그 이후 나라를 위해 무슨 공헌을 했건 그 사람은 친일파"라며 "지금껏 원 지사의 말과 맥을 같이 하는 논리 때문에 이 땅의 친일파가 제대로 청산되지 못했고, 오히려 훈장 받고 떵떵거리며 살아왔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기홍 의원도 "독립유공자 후손인 김 회장이 광복절 기념행사에서 친일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한 것이 잘못인가"라며 "통합당은 친일파들의 대변자냐. 당연한 말에 대한 통합당 반응이 오히려 놀랍다"고 비판했다.

이어 "친일청산을 얘기하면 국론 분열이라고? 나치에 협력했던 비시 정권 인사를 극형에 처했던 프랑스는 통합당에는 국론분열의 극치일까"라고 했다.

민주당 당권에 도전하는 박주민 의원은 광복회를 찾아 "친일 청산은 여당 야당의 정파적 문제도 아니고, 보수·진보 이념의 문제도 아니라 국민의 명령이라는 회장님의 광복절 축사를 깊이 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시 조천체육관에서 열린 제주 광복절 행사는 원 지사의 반박 발언 직후 행사에 참여한 광복회원과 독립유공자들이 "왜 친일을 옹호하냐"고 고성을 지르는가 하면 독립유공자 포상을 받은 일부 유족은 불쾌함을 드러내며 행사장을 떠나는 등 파행이 빚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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