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업 & CEO] 손명숙 미래인더스트리 대표

"상·하수도자재 글로벌 기업 꿈꾼다"…지난해 경북 스타기업
1994년 건축자재 도매상으로 시작…성실함 토대 대리점 사업 승승장구
지난해 3배 이상 규모 늘려, 해외시장 본격 공략할 것

손명숙 미래인더스트리 대표이사. 미래인더스트리 제공
손명숙 미래인더스트리 대표이사. 미래인더스트리 제공

손명숙 미래인더스트리 대표이사는 대구의 작은 건축자재도매상을 연매출 60억원의 경북도 스타기업으로 키워낸 벤처기업인이다. 김천에 본사를 둔 미래인더스트리는 상·하수도, 건축, 토목, 설비자재를 생산 판매하는 강소기업이다.

◆건자재도매상에서 경북도 스타기업까지

미래인더스트리의 출발은 1994년 대구에서 손 대표 남편 친구의 추천으로 시작한 작은 건축자재 도매상이었다. 필요한 자재를 주문받아 대구 공장에서 주로 호남지역 현장까지 납품하는 평범한 일이었지만 남편 김하용 회장이 일하는 방식은 남달랐다. 다른 사람들이 오전 8시쯤 나와서 업무를 했다면 그는 오전 5시면 출근을 마쳤다. 주문받은 물건을 싣고 호남 지역 현장으로 향하면 건설 현장 직원들이 출근하기도 전에 먼저 도착해 있었다.

손 대표는 "우리가 대구에서 온 걸 알면 거래처에서도 놀라곤 했다. 바로 물건을 먼저 내리고 다음 주문을 받았다. 점심때가 되기 전에 대구로 다시 돌아오면 한 차례 더 납품을 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남들 두 배를 일한 셈이다.

현장을 2번 정도 왕복하고 나면 하루 일과가 오후 10시 넘어 끝나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고객들은 그럴수록 김 회장 특유의 성실함에 높은 점수를 줬고 거래규모도 점차 늘었다.

대리점 사업도 성공적이었지만 더 큰 꿈도 생겼다. 자재를 직접 만들어 납품해도 경쟁력이 있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손 대표는 "현장 근로자들과 자주 만나니 제품 개선 아이디어도 쌓였다. 처음에는 다른 공장에 '이런 제품을 만들어달라'고 의뢰했지만 5년 이상 지나며 가짓수가 늘다 보니 아예 제조사를 만들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손 대표가 본격적으로 경영인으로서 경험을 쌓은 것도 이때부터다. 손 대표는 "공장 신축을 하려니 관련 컨설팅 비용이 2천만원이나 들더라. 중소기업진흥공단 도움을 받기 위해 사업계획서를 쓴 걸 계기로 내가 경영을 맡게 됐다. 남편은 제품 개발과 생산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손 대표 특유의 성실함과 일 욕심은 2000년 제조공장을 세우고도 그대로였다. 손수 재무는 물론 세무, 거래처 관리 등 사무실 일을 10년간 혼자서 꾸렸다. 월말이면 새벽에 퇴근하기 일쑤였다.

매출규모가 커지며 2009년에 법인으로 전환하고 나서야 사무실 직원을 두고 일을 맡겼다. 그는 "지금 생각하면 육아까지 하면서 어떻게 그 일을 혼자 다 했는지 모르겠다. 지금 그때로 다시 돌아가라면 못 할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신문 열독'은 손 대표의 경영비법이다. 손 대표는 "지역 신문을 포함해 일간지 2개를 15년간 꾸준히 봐 왔다. 회사 경영과 관련이 깊은 경제 파트는 꼼꼼히 다 읽는다. 정부나 지자체 시책이 빠짐없이 나와 각종 공모사업 기회에 꾸준히 도전할 수 있었고 혜택도 많이 봤다"라고 했다.

경영성과를 인정받으며 손 대표 개인과 법인 모두 그간 수상도 많이 했다. 미래인더스트리는 2017년 경북도 신성장기업으로 선정됐고 지난해에는 경북도 스타기업으로 선정됐다. 경북도 스타기업은 연매출 50억원 이상에 성장잠재력과 지역사회 공헌도가 높은 기업이 지정대상이다. 손 대표는 같은 해 특허청으로부터 모범여성기업인상도 받았다.

미래인더스트리 본사 및 김천공장 전경. 미래인더스트리 제공
미래인더스트리 본사 및 김천공장 전경. 미래인더스트리 제공

◆ 혁신제품으로 본격적 도약 꿈꿔

손 대표의 꼼꼼한 경영이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은 남편 김하용 회장의 꾸준한 연구개발 성과 덕분이기도 하다. 손 대표가 살림살이를 챙기는 동안 김 회장은 혁신형 제품 개발에 집중하며 다수의 '히트 상품'을 만들어냈다. 손 대표는 "제품 가운데 특허가 한 건이 등록되지 않은 게 없을 정도다. 이미 출원한 특허만 50건을 바라보고 있고 디자인이나 실용신안까지 포함하면 100건에 가깝다"고 했다.

다양한 제품군 가운데서도 손 대표가 특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제품은 유수분리조다. 유수분리조는 식당이나 주방에서 배출되는 기름을 걸러주는 장치다. 유수분리조가 없으면 기름이 하수도로 흘러가 관로를 막고 이로 인한 파이프손상과 역류현상이 생길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유수분리조 설치가 의무가 아니지만 향후 선진국 수준으로 법규가 강화된다면 국내 시장 수요도 폭발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유수분리조는 보통 스테인리스나 금속으로 제작하는데 오폐수의 소금기 등으로 시간이 지나면 부식 문제를 겪곤 한다.

반면 미래인더스트리의 유수분리조는 폴리프로필렌(PP) 재질로 부식 우려가 없고 열, 유분, 소금기에 모두 강하다. 손 대표는 "공기가 유입돼 열기를 빨리 식혀 주는 구조고 고무패킹이 견고해 악취도 차단된다. 벤처기업의 우수한 아이디어 상품의 판로확대를 돕는 조달청의 플랫폼 '벤처나라'에도 입점해 있을 만큼 우수성을 인정받았다"고 자랑했다.

지난해 김천에 기존 성주공장 3배 이상 크기인 3만3천㎡ 규모 공장을 신축하면서 본격적으로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앞으로 미래인더스트리를 세계적인 수준의 기업까지 키워내는 게 손 대표의 꿈이다.

손 대표는 "혁신 제품 개발부터 생산능력 확대까지 도약을 위한 토대는 다 다져놨다. 여기서 해외수출까지 늘리면 현재보다 2, 3배 규모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모두 힘든 시기인데, 더 좋은 제품을 공급해 고객과 대리점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했다.

손명숙 미래인더스트리 대표가 겨울철 수도관 동파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자사의
손명숙 미래인더스트리 대표가 겨울철 수도관 동파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자사의 '무동파 급수전'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김윤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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