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일본은 세계 조선(造船) 시장에서 지지 않을 태양인 듯했다. 그러나 2013년 6월 일본의 조선업을 몰락의 길로 몰아간 결정적 사건이 발생한다. 일본 미쓰이 항선(MOL)의 컨테이너선인 컴포트호 침몰 사고다.
MOL 컴포트호는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건조한 8만6천t급 초대형 화물선이다. 제조사는 신니혼제철(新日本製鐵)이 만든 최고의 철강을 사용해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배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2013년 6월 17일 예멘에서 370㎞ 떨어진 해역에서 이 배는 선체 중간 부위에 원인 모를 균열이 생기면서 두 동강 났다.
조사 결과 미쓰비시중공업에서 만든 6척 자매 선박 가운데 5척에서도 같은 증상이 확인됐다. 이후의 일본 태도가 더 문제였다. 세계가 일본의 조선 기술에 대해 의심을 품었지만 정작 일본 정부는 "설계상 하자가 없다"고 주장했다. 세계 유수의 선박 바이어들은 한국 조선소로 발길을 돌렸고 일본 조선업은 한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내리막길을 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7년 가까이 흐른 지금 일본 선박이 다시 두 동강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에도 미쓰이 소속 선박이다. 이 회사의 초대형 화물선 와카시오호가 남인도양의 작은 섬나라 모리셔스 연안에 좌초되면서 1천t의 중유가 바다에 쏟아졌다. 원상복구되는 데 수십 년이 걸릴지도 모를 역대급 해양 환경오염 사고다.
사고가 난 해역은 수심이 얕아 10만t급 선박이 지날 자리가 아니다. 실제로 모리셔스 해안경비대가 연안 접근을 경고했다는데 와카시오호는 이를 무시하고 섬 쪽 가까이 붙어 운항하다 좌초됐다. 조사 결과 선원들이 핸드폰 수신 감도를 높이려고 섬 쪽으로 근접 운항했으며 승무원 생일 축하 파티를 하느라 부주의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남인도양 최악의 환경오염 재난을 일으킨 원인이 고작 공짜 와이파이(Wifi) 욕심 때문이라니 말문이 막힌다. 이번에도 일본 정부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모리셔스 정부는 환경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세계 각국의 도움을 요청했는데, 정작 일본 정부는 6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팀을 보내는 것 말고는 사실상 뒷짐을 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무책임과 민폐도 없다. 코로나19 대응도 그렇고 요즘 일본이 하는 행동을 보니 G3 선진국 이름값이 아까울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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