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대소사가 생기면 '삼신할매'부터 찾았다. 뒤꼍 장독대에 대나무를 꺾어다가 세워 놓고 '삼신할매, 삼신할매' 두 손을 비볐다. 정성을 다한 정화수 한 그릇엔 비는 이의 맑은 마음이 담겼다. 오육십 년 전 부모의 삶은 그랬다.
'삼신'이란 '삶의 신'이란 뜻이다. 한자 영향으로 삼신(三神)으로 쓰지만 생명을 낳는 신을 말한다. 아기가 영양을 공급받는 태(胎)를 순수 우리말로 '삼'이라 하니 삼이 곧 삼신할매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사업이 신청 마감 종료 시한(7월 31일)을 앞두고 극적으로 타결됐다. '쇠고집'이던 군위군이 대승적 차원에서 군위·의성 공동후보지로 마음을 돌렸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앞서 신공항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옥동자를 기다리는 심정"이라고 했다. 군위가 유치 신청을 하자 "옥동자를 낳을 때는 원래 산고가 많다"며 그간의 수고로움을 에둘러 표현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은 얽히고 설킨 대구공항 이전 문제를 풀기 위해 불철주야 뛰었다. 기부 대 양여 방식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대구공항 부지와 이전터 간 비용 격차를 맞춰내고 첨예한 경제·정치적 이해관계가 걸쳐 있는 군위와 의성을 합의 테이블로 이끌었다. 이전지 선정 주민투표 후에도 신공항은 군위의 불복으로 여전히 '난산'(難産)이었지만 두 단체장은 옥동자를 낳게 했다.
물론 지난 14일로 예정됐던 국방부 이전지 선정이 의성군의 반발로 다시금 2주간 미뤄졌다. 하지만 경북도와 대구시, 국방부는 합심해서 의성군과 합의점을 찾고 있어 곧 낭보가 날아들 것으로 보인다.
통합신공항은 추락하는 지역 경제와 사회·문화 전반에 반전 모멘텀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경북연구원은 신공항의 경제 효과를 51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다 '할 수 있다'는 심리적 부양은 대구경북이 다시 도약하는 활주로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경북도의 한 사무관이 공항 결정 기한을 이틀 앞두고 들려준 얘기가 지금도 선명하다. 당시는 군위와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터라 '신공항 무산론'이 팽배했다.
침대 머리맡에서 뭔가 꼼지락거리기에 놀라 잠을 깨니, 에어컨 실외기 틈으로 날아든 참새 한 마리가 있었다. 참새가 깃에 윤기가 흐르고 잘생겼다. 한참을 쳐다보다 날려 보냈다. 비상하는 참새를 보고 생각했다. "신공항은 꼭 되어야 한다. 아니, 꼭 된다."
출근 뒤에도 길조(?) '참새 에피소드'를 팀원들과 나누고 '신공항 된다' 구호로 일과를 시작했다. 열망이 닿았을까. 몇 시간 뒤 군위의 '조건부 공동후보지 수용'이란 소식을 들었다. 이 도지사도 10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꿈속에서 '고생이 많구나' 하며 손수 지으신 밥을 떠 먹여 주셨다는 일화로, 신공항의 간절함을 담아내기도 했다.
이렇듯 신공항은 모든 이의 정성이 잉태했다. 개개인의 염원을 넘어 가톨릭, 불교, 개신교, 심지어 민간신앙 지도자와 기(氣)를 연구하는 도사(?)들까지 군위를 방문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어머니는 출산할 때까지 열 달 동안 태교(胎敎)를 하면서, 닭고기를 먹으면 아기의 피부가 닭살처럼 될까 봐 먹고 싶어도 참았다. 오리고기도 손가락이 짧거나 발가락 사이가 붙는다 해 피했다. '새 생명'을 위하는 모든 어머니의 마음이다.
대구경북민은 성숙한 시민 의식으로 신공항을 점지하고 낳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사업의 연착륙과 활성화를 위해 먹고 싶은 음식도 마다하는 어머니의 정성으로 지역 이기주의 등 고비 고비를 넘어야 한다. 신공항 태교는 이제부터 시작이자 시·도민 전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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