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묻지마 지지 VS 묻지마 지지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당대표 후보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당대표 후보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두진 편집부국장
조두진 편집부국장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국회의원이 지난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금은 영남의 정치 성향이 문제"라며 "보수당이 무슨 짓을 해도 영남은 '묻지마 지지'를 한다. 그러면 그 정당은 시민 위에 군림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국 어디나 '묻지마 지지자'는 있고, 영남에도 있다. 그러나 '영남의 정치 성향이 문제'라는 그의 말은 사실이 아니라 그의 기울어진 시각일 뿐이다.

김부겸 전 의원은 올해 4월 15일 치른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대구시 수성구갑 후보로 출마해 39.29%를 얻어 낙선했다.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62.3%라는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했다. 그에 앞서 2014년 6월 치른 지방선거에서는 대구시장 후보로 출마해 40.33%를, 2012년 4월 치른 제19대 국회의원 선거(대구시 수성구갑)에서는 40.42%를 얻었다.

김부겸 전 의원의 대구 득표율만 보아도 '영남이 묻지마 보수당 지지를 한다'는 그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당락만을 기준으로 본다면 '영남이 보수당 일색'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소선거구제(小選擧區制), 즉 하나의 선거구에서 1명의 당선인을 선출하는 제도의 산물이다.

현행 자치구·시·군 의회 지역구 선거처럼 한 선거구에서 2~4명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中選擧區制)를 국회의원 선거에 채택하고 있었다면 김부겸 후보는 대구에서 출마했던 모든 총선에서 당선했을 것이다. 적어도 2등은 했으니 말이다.

실제로 중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는 지방의회 선거의 경우 대구시 의회와 대구시 각 구군 의회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두룩하다. 그러니 '묻지마 보수당 지지'라는 김부겸 전 의원의 발언은 제도의 맹점을 영남 지역민의 '정치 성향 문제'로 왜곡한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영남에서 패한 것은 상식과 합리에 부합하는 결과라고 본다. 대통령이 워낙 호남을 우대했으니 호남에서 여당이 승리한 것은 예상 범위 안이다. 하지만 여당이 전국적으로 승리했다는 것은 기이하다.

내 편이냐 네 편이냐로만 평가하는 이중성, 정권 비리 수사하는 검사들을 줄줄이 좌천시키고 정권 비리 수사 뭉개는 검사들을 중용하는 국정 농단급 인사,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 조직 7곳이 동원된 울산 시장 선거 개입 사건, 선거 개입 혐의로 기소돼 있는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제21대 국회의원 공천, 조국 사태, 위헌 논란에다 정권 친위대가 될 공수처 밀어붙이기, 부동산값 폭등, 최악의 실업 사태, 유례없이 저조한 공장 가동률, 끝없는 국민 편 가르기, 빚더미 나라 경제….

이 지경에도 정부 여당을 지지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묻지마 지지'일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 여당 사람들은 자기네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사람은 '깨어 있는 시민', 비판하는 사람은 '적폐'이자 '정치 성향이 문제'라고 간주한다. 자기네가 무슨 짓을 해도 지지하는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을 지지한다는 사람)들을 '균형 잡힌 시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니, 사실은 정부 여당 인사들도 '대깨문'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어리석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격려함으로써 어리석은 짓을 계속하도록 꼬드기고, 그 위에 군림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문재인 정부가 시종일관 나라를 망치려 들고, 그처럼 대구경북을 홀대하는데, 거기다 표를 준다면 그것이야말로 '묻지마 지지'일 것이다. 영남은 '묻지마 지지'를 한 게 아니라, 주권자로서 준엄한 평가를 내리고 차선을 택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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