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FBI 사람예측 심리학

2001년 9·11테러로 사라진 세계무역센터 자리에 건설된 기차역.
2001년 9·11테러로 사라진 세계무역센터 자리에 건설된 기차역.
9·11테러 현장
9·11테러 현장
9·11테러 당시 미 국방부 청사의 처참한 모습.
9·11테러 당시 미 국방부 청사의 처참한 모습.

FBI 사람예측 심리학

로빈 드리케·캐머런 스타우스 지음/고영훈 옮김/KOREA.COM 펴냄

FBI(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미국 연방수사국) 수사물을 다룬 할리우드 영화나 미드에서 피의자의 심리 분석을 통해 사건의 실마리를 추적하는 프로파일러의 활약은 극의 박진감을 더할 뿐 아니라 가히 신의 한수에 맞먹는 통쾌한 반전의 재미를 준다.

삶은 매순간 신뢰하거나 의심하거나, 수용하거나 거부하거나, 떠나거나 남거나, 사랑하거나 두려워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문제는 수많은 사람들이 탐욕, 심리 조절, 권력, 통제, 기만 등 훨씬 음흉한 목적으로 자신의 의도를 감추고 진실을 숨긴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특히 힘든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보잘 것 없는 권력일지라도 권력이 주어지면 사람들은 이런 일을 흔히 벌이고는 한다.

그 선택의 순간에 가장 중요한 게 사람에 대한 예측이다. 이에 FBI 행동분석센터장이었던 로빈 드리케와 전문기자로 활동하는 캐머런 스타우스가 힘을 합해 국가를 위기에서 구하는 방첩활동을 통해 '사람을 읽는 기술'에 관한 매뉴얼을 만든 게 이 책의 주제이다.

책은 첫 장부터 2001년 9월 11일 발생한 9·11 세계무역센터 테러에 대한 생생한 현장 묘사와 이에 대처하는 FBI뉴욕지부 요원들의 사건분석과 헌신적인 인명구조를 담고 있다.

빈 라덴의 9·11테러는 이미 이전부터 미국 여러 정보기관을 통해 그 가능성들이 많이 숙지되어 있었으나 결정에 필요한 사실이나 정보가 부족한 탓에 강력한 반테러 대책을 구축하지 못했다.

테러가 일어난 날. 당시 FBI요원이었던 드리케는 긴박했던 상황에서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던 동료들이 자신이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행동하는 것을 보게 된다. 곧 건물이 무너질 것을 알면서도 사람을 구하기 위해 건물로 뛰어들던 동료와 두려움으로 인해 슬그머니 사라지는 동료들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또 테러 용의자를 추적하고 국가 위기에 대한 첩보를 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그는 사람을 제대로 읽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중요한 상황에서 상대가 어떻게 행동할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예측하는 방법을 연구해 직접 행동분석 프로그램을 만들게 됐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뒤통수를 칠 사람을 구별하는 최고의 도구는 뭘까?

적은 앞에서 나의 가슴을 찌르지만 친구는 뒤에서 나의 등을 노린다고 했다. 상대가 어떻게 행동할지를 예측한다는 건 더 이상 인간관계에서 상처받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과 같은 것이다.

위기의 상황에서 가장 단적인 첫 번째 예측은 사람은 자신의 최선의 이익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점을 염두에 둔다면 상대의 행동은 예측 가능한 셈이 된다.

또한 행동 예측은 실제로 그러한 행동이 일어나기 전까지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 책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함으로써 '상대편'과 '내 편'의 구별이 가능하다고 한다.

행동 예측을 위한 6가지 신호는 이 책에서 여러 번 언급될 정도로 주제를 관통하고 있는 키워드들이다.

그 첫 번째 신호는 흔들림 없이 내 편이 되어 줄 사람인가는 판단하는 잣대인 '동맹'이다. 동맹의 단서는 상대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일 때 형성되는 인간적 유대감으로서 함께 일을 하다보면 믿음과 불신을 구별해 낼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신뢰와 불신은 ▷언어적 표현 ▷비언어적 표현 ▷행동 ▷관찰되는 의도로부터 충분히 추론해 낼 수가 있다.

서로의 성공을 위한 공생관계인 동맹이 형성되면, 다음은 우정과 일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는 '관계 지속성'이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행동이 예측된다. 일례로 짧게 일한 동료보다 길게 일한 동료일수록 그의 행동은 훨씬 예측이 정확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신뢰성'이다. 상대편이 자신이 말한 대로 과제를 해 낼 수 있는 역량과 성실함이 있느냐에 따라 미래의 그의 행동을 추정하는 것이 더 쉬워진다. 네 번째는 '행동패턴'이다. 지속적으로 나에게 긍정적인 행동 패턴을 보이고 있는가 혹은 인성과 도덕성이 충만한가에 따라 어떤 일이 닥쳤을 때 상대편의 행동에 대한 패턴의 예측이 더 정확해진다.

다섯 번째는 '언어'다. 말 속에 신뢰할만한 단서가 보이는가에 따라서 상대와 나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질 수밖에 없다. 마지막은 '정서적 안정감'으로 일관되고 안정된 정서는 향후 행동패턴 예측에 큰 도움을 준다.

9·11테러 당시 동료들의 예측 못했던 행동들, 의심스러운 첩보원들, 정보를 위해 접촉해야 하는 미지의 인물에 대한 긴장 등 긴박하게 움직였던 FBI의 속내를 보여주어 흥미를 더한 이 책은 영화 같은 실화를 바탕으로 'FBI의 사람을 읽는 기술의 핵심'을 알려주고 있다.

352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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