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유행하자 지역 유통가도 얼어붙고 있다. 최근 수도권 코로나19 확진자가 경북 한 대형마트를 방문하고, 서울을 방문한 뒤 확진 판정을 받은 대구 동구 거주 여성도 대구 한 백화점을 들른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유통가에는 긴장감마저 감돈다. 방역 고삐를 다시 한 번 죄고는 있지만 완벽한 감염 차단은 불가능하기에 업계에서는 "지난 3월과 같은 지역에서의 대유행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최선"이라는 한숨 섞인 목소리마저 나온다.
◆"둘러볼 시간 없어"…다시 퍼지는 긴장감
20일 오전 기준 대구에서는 2명의 국내발생 신규확진자가 나오면서 아직 눈에 띄는 유통가 고객 감소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나 40일이 넘도록 지역감염 사례가 나오지 않았던 시기와는 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이날 오전 대구 북구 한 대형마트를 찾은 주부 A(41) 씨는 다소 굳은 표정으로 휴대폰 메모장을 확인하며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A씨는 "아침마다 뉴스를 확인하는데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것 같다. 대구에서도 언제 어디서 감염될지 알 수 없는 노릇 아니냐"며 "최대한 빠른 시간에 필요한 물건만 사가려고 미리 장보기 목록을 적어왔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눌러 쓴 채 같은 매장을 찾은 주부 B(35) 씨는 입구에 비치된 손 소독제를 바르고 입장했다. B씨는 "아침잠이 많아 보통 오후에 마트를 찾는데 오늘은 코로나19 때문에 조금이라도 덜 붐비는 시간인 오전에 왔다"며 "다음부터는 다시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할까 싶다"고 했다.
유통가에서는 코로나19로 바닥을 찍었다고 생각했던 지난 3월 매출이 최악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 등 국내 대형 백화점 3사의 지난 3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가까이 감소했다가 4월부터는 점차 감소폭이 줄면서 하반기에는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의 6, 7월 매출은 각각 전년 대비 1.2%, 0.3% 늘었고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 매출은 3.0%, 0.9% 늘었다. 롯데백화점 또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매출을 유지 중이다.
이에 대해 대구 한 백화점 관계자는 "조금 살아나나 싶던 소비심리가 다시 위축돼 영업피해가 커지진 않을지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는 있는데 재차 유행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 말고는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온라인 업계는 이미 발 빠르게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있다.
G마켓,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오는 31일까지 전 직원 대상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고 11번가 또한 이달 21일까지 전 직원 재택근무 방침을 정했다. 이미 올 초부터 50% 재택근무 의무화를 추진한 쿠팡도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위메프는 임산부 등에 재택근무를 우선해 배분하고 향후 확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롯데홈쇼핑과 CJ ENM 오쇼핑, GS샵 등 홈쇼핑 업계도 지난 18일부터 생방송 진행 직원 등 최소한의 인원을 제외하고 전 직원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방역 고삐 죄는 유통가…"전혀 다른 생존전략 필요" 전망도
대구 유통가는 감염을 막을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한다는 각오로 다시 한 번 방역의 고삐를 죄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은 매장 오픈 전, 중, 폐점 후를 기본으로 하루 세 차례 이상 주요 고객 동선을 소독·방역하고 있다. 한 주에 두 번은 폐점 후 매장 전체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방역작업을 벌인다.
대구지역 6개 이마트는 최근 방역지침을 한 단계 강화했다. 이미 마련한 방역 시스템에 더해 담당 직원이 수시로 매장을 모니터링하고 소독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이마트는 고객과 직원이 밀접 접촉하는 계산대와 고객만족센터, 상품권 숍 등에 설치한 '고객안심가드'를 비롯해 쇼핑카트 손잡이와 엘리베이터 버튼에 항균 필름을 부착했다. 또 매장 입구에는 체온 측정 기계를 비치했고 전 직원은 필수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아울러 매일 고객편의시설, 카트, 직원휴게실, 주차장, 계산대 등을 전방위적으로 소독하며 철저히 방역해 감염 확산과 영업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지역 유통가에서는 코로나19뿐만 아니라 향후 어떤 감염병이 닥쳐올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매장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각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황보성 대경권 이랜드리테일 대외협력실장은 "닥쳐올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에는 소비자 활동성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소비 패턴의 변화를 빠르게 분석하고 시장을 선점하는 업체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며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는 결국 소비자가 매장을 찾아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 줘야 한다. 명품 매장은 더욱 프라이빗하게 바뀌고 오픈된 공간도 세미오픈 식으로 거리를 둘 수 있도록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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