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묘지가 왜 이렇게 많아요?" 우리나라에 처음 온 외국인들이 밤의 도시 곳곳에서 붉게 빛나는 십자가를 보면서 던지는 질문이라고 한다. 웃자는 소리이지만 그 속에 뼈가 있다. 사방을 둘러보라. 교회 십자가가 안 보이는 곳이 있기는 한가.
2014년 JTBC 보도에 따르면 국내 교회 수는 7만8천 개에 이른다. 편의점(2만5천 개)보다 3배나 많다. 인구 7천500만 명이며 국민의 95%가 이슬람 신자인 터키에 6만3천 개의 모스크(이슬람 사원)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교회 수,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현재 우리나라 개신교 인구는 967만5천여 명으로 10년 전보다 12% 늘어났다. 외형상 교세는 확장 일로지만 개신교의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의뢰를 받아 글로벌리서치가 2013년에 벌인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를 보자. 이 조사에 따르면 한국 교회를 신뢰한다는 개신교 신자 응답자는 2008년 65.6%, 2010년 59%, 2013년 47.5%로 내리막 추세다.
외부 시선은 더 차갑다. 무종교인들의 한국 교회 신뢰 비율은 고작 8.4%였다. 신뢰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56%로, 긍정 평가보다 7배나 높았다. 이른바 '교회 오빠'라고 불리는 20~24세 남자 청년 신도들이 2005년 이후 10년 만에 35% 줄었다. 교회 입장으로서는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개신교에 대한 사회적 인식 악화에는 이유가 있다. 교회 세습, 신비 체험 남발, 헌금 강요, 예배당 대형화와 일부 목사들의 일탈 등 악재가 겹겹이 누적됐다. 특히 요즘에는 코로나19 감염병과 관련된 일부 개신교회들의 부적절한 행동과 방역 기피 등으로 인해 개신교계에 대한 이미지가 전례 없이 나빠지고 있다.
종교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돼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종교 행위가 외부로 표출됐을 때는 사회적 상식과 보편적 규범에 부합해야 한다. 사회 공동체 전체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부르는 행동이 종교 자유라는 미명 뒤에 숨을 공간은 없다. "개혁된 교회는 항상 개혁돼야 한다." 네덜란드의 신학자 요도퀴스 판 로덴슈타인(1620~1678)이 한 말의 의미를 개신교계는 되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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