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청 여자 핸드볼 팀 감독의 선수 성추행 의혹에 대한 민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피해 선수들의 주장이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코치와 트레이너, 협회 임원까지 가담해 감독의 비위를 방조·묵인하거나 술자리 참석 강요 등 선수들에게 부당한 대우와 인권침해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시는 18일 "성추행 의혹 등이 상당 부분 확인됐다"는 내용의 조사위원회 최종 보고서를 제출받고 경찰에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시체육회에도 관련자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지난달 하순 몇몇 선수들의 성추행 피해 사실에 대한 호소가 외부로 처음 알려지자 해당 감독은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 만약 사실이라면 책임을 지겠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이에 일부 선수들은 "팀 내부에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다"며 협회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사태를 축소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였다. 하지만 민간조사단의 진상 조사는 이들의 주장이 모두 거짓말이었음을 증명한 것이다.
지난 6월 최숙현 선수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큰 사회적 이슈가 된 경주시청 철인3종경기 팀 사건에서 보듯 이번 시청 핸드볼 팀 사태는 국내 실업체육 팀 내부의 성범죄나 폭력, 인권침해가 위험 수위임을 재차 확인시킨 것이다. 상급 관청과 협회들이 실업 팀 관리감독에 손을 놓고 있는 데다 팀 내부가 갖가지 비위와 추문으로 생지옥이 되고 있는데도 누구 하나 상황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민의 분노가 들끓는 이유다.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해 대구시는 성범죄 관련 예방 교육과 인권 교육 강화, 전문 상담 기관 운영 등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2차 피해 방지 및 선수 보호에도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평소 소속 실업 팀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다면 이런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 터지고 뒷북 치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철저히 문제점을 파악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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