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영월군 동강사진박물관 수장고.
낯익은 이름표의 박스가 열리는 순간
"니가 왜 여기서 나와?…"
놀랍고도 반가웠습니다. 부러웠습니다.
가지는 모두 땔감으로 앙상한 소나무에서
다람쥐 마냥 신난 까까머리의
1946년 건국사진공모전 특선 작 '군동(群童)'.
고단한 지게꾼. 신발장 앞 단발머리 어린이…
해방 전후 대구 대표 작가, 한국 최초 사진 평론가
구왕삼(1909~1977) 선생이 남긴 '대구 유산'이
영월의 품에 안겨 '동강의 자산'이 됐습니다.
11년 전, 유가족을 설득하고 사들이고 기증받은
흰 장갑 학예연구사의 매눈이 부럽습니다.
영구 소장된 그의 작품은 모두 20점.
근·현대 사진가 40여 명, 1천500점과 어울려
매 년 영월 인구를 훌쩍 넘은 손님을 불러들입니다.
사진계의 거목 '영선못의 봄' 최계복(1909~2002).
생전 그의 빈티지 프린트와 필름 250점은
유가족이 그의 고향 대구에 문을 두드렸지만
끝내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영영 가버렸습니다.
해방 전후 '사진의 메카' 였던 대구.
그 많았던 예술가들이, 작품이, 근대 유산이
홀대받고 흩어져 명성마져 가물가물해졌습니다.
올 초부터 팔을 걷은 대구 문화예술 아카이브.
늦은 만큼 밤을 새서라도 가야 할 길입니다.
사진도, 문학·음악·미술·공연도…
한번 꿰면 영원할 대구의 근대 보물이,
마지막 산증인이,
대구 읍성처럼 오늘도 짹각짹각 스러져 갑니다.
시간은 더 이상 이들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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