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공기특별시' 영덕이 바람을 타고 비상의 날갯짓을 시작한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 풍력산업 거점으로 우뚝 설 기회를 잡으면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9일 제21차 에너지위원회를 열고 경상북도가 신청한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 조성계획안을 최종 확정(매일신문 21일 자 10면)했다. 영덕군을 산업융합 거점 이른바 '코어지구'로, 인접한 포항시를 연구교육 거점 '연계지구'로 해 올해부터 2025년까지 총 1조원을 투입, 6년간 조성한다.
◆대통령 공약…경북도 정책화 성공
동해안 일대의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클러스터는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국토종합계획과 경북도 종합계획에도 '동해안 에너지관광벨트 특화'로 포함됐다. 경북도는 이를 정책화하기 위해 집중해 왔고, 이번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는 그 결실로 평가받는다.
이날 확정된 계획안에 따르면 산업융합 거점 코어지구인 영덕에는 기존 영덕읍 창포리 풍력발전단지를 전면 업그레이드하는 '풍력리파워링 단지', 영덕읍 매정리에 조성했던 산업단지를 전후방산업을 집적하는 '신재생에너지산업단지', 영덕읍 앞바다 '해상풍력발전단지'가 각각 조성된다. 또한 이들 풍력산업 생태계를 유기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지원 대책으로 옛 원전 부지에 '풍력산업지원단지'도 조성된다.
연구교육 연계거점인 포항시의 강소연구개발특구는 포스텍, RIST, 기존 R&D 인프라를 활용해 풍력산업 수요에 맞는 인재 양성·교육과 소재 개발 등을 통해 영덕 산업융합거점지구를 지원하게 된다.
정부 차원의 전폭적 지원도 뒤따른다. 정부는 에너지 융복합단지를 에너지 신산업 육성 및 그린 뉴딜 확산거점으로 만들기 위해 지방세 감면, 산업부 연구개발 가점 부여, 지역투자촉진보조금 우대 등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하반기 중 정부 지원 및 전담기관 근거를 마련하는 '에너지 융복합단지법' 개정도 추진한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9일 에너지위원회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지역의 에너지 기반을 토대로 우수한 기업, 연구소를 유치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풍력산업 자생력 국가 경쟁력
정부가 최근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그린 뉴딜 정책 중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사업이다. 이 가운데 풍력은 고도의 설계기술과 우수한 노동력이 필요하다. 플랜트·건설과 단조·철강·기계·전기·전자 등 전·후방산업 연관효과가 매우 높은 노동·기술집약적 종합산업이어서 산업과 고용 파급력이 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7년 현재 풍력 발전설비 용량은 1.2GW이다. 하지만 정부는 향후 10년 내 이를 17.7GW로 대폭 늘릴 방침이다. 현재 원전 1기의 발전용량이 평균 1GW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원전 17기를 대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미래 풍력산업의 과실은 국내 기업들에겐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풍력시장이 아직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2030년까지 총 17GW의 육상 및 해상 풍력발전단지 건설이 추진되고 있지만 지역 수용성 부족과 해외 기업의 공격적인 시장 진입으로 국내 풍력산업 자생력은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국내 풍력 발전설비 절반 이상이 유럽산 풍력발전기를 사용함으로써 국내 풍력발전기 제작사와 부품사들은 제품 개발과 기술 축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글로벌 풍력산업은 해외 주요 터빈 제조사가 설비 제조에서부터 개발 건설, 금융, O&M(Operation & Maintenance·운영과 유지 보수)까지 독식하다시피 하는 구조이다.
한국 풍력산업이 자생력을 갖추려면 현재 해외 터빈 제조사가 91%를 독과점하는 초기 O&M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O&M 시장의 총 규모는 2017년 현재 13억 달러에서 5년 내 27억 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주민참여형 영덕 풍력리파워링의 성공을 통해 국내 풍력산업 생태계 밸류체인을 제대로 형성한다면 국제적 경쟁력이 있다"고 내다봤다.
◆탈원전 이후 국책사업 갈증 해소
영덕군으로선 이번 에너지융복합단지 지정의 의미가 남다르다. 경북지역에선 처음으로 군 단위 지역이 국가 차원 산업단지 입지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영덕이 풍력산업에서 만큼은 대한민국 중심이 되는 셈이다.
인구 3만 6천명에 쇠락의 길에서 몸부림치던 영덕군은 탈원전 이후 국책사업에 목말랐던 갈증도 어느 정도 해소했다. 바닥을 찍고 다시 우뚝 일어서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물론 영덕을 세계적 풍력산업 메카로 육성한다는 비전은 아직까지 주민들에게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그러나 당장 6년간 추진되는 경북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 조성에 투입되는 1조원대 사업비 대부분이 영덕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주민들은 에너지융복합단지 지정을 크게 반기고 있다.
또한 에너지융복합단지 조성 전략 중 창포해맞이 풍력발전단지 리파워링(발전용량 3배로) 사업이 '지자체 주도+주민참여형 사업모델 발굴'(사업부지 발굴·환경성·수용성 확보) 방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주민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
여기에 에너지인터넷(IOE) 기반으로 국제 수준의 O&M 전문인력 양성과 핵심부품 국산기술 개발 및 대형화를 통해 풍력산업 전·후방 생태계가 조성되면 기존 농어촌 산업구조에서 일대 변혁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가 예상한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 운영에 따른 연간 경제적 파급효과는 목표대로 에너지 관련 100개 기업이 입주(현재 16개 기업 입주 의사)할 경우 영덕을 중심으로 경북도내 생산유발 1조4천억원, 부가가치 4천800억원, 신규 고용 1만여 명 수준이다.

◆이희진 영덕군수 "그린뉴딜 표준모델로 성공시키겠다"
"에너지기업 유치와 에너지전문기관, 인력양성센터 확충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풍력산업과 관련된 기술·산업 융복합을 통해 에너지산업 한국판 그린뉴딜 표준모델로 조성하겠습니다."
이희진 영덕군수는 이번 경북에너지융복합단지의 영덕 지정과 관련, 포부를 이같이 밝혔다.
영덕군은 앞서 2018년 6월 특별법 시행 때부터 경상북도는 물론 국회·산업부·국무총리실·청와대 등을 수시로 찾아 면담했다. 또 단지 지정 TF팀을 구성·운영하고 사업 발굴 용역도 추진했다. 이어 신재생에너지산업 혁신단지 기업유치 설명회, 재생에너지 주민수용성 주민설명회, 관련 주체들 간 상호협력 업무협약 체결 등 그동안 끊임 없는 노력으로 수많은 고비를 넘었다.
이 군수는 "올해 6월 최종 심사를 앞두고도 일부 세부적인 문제가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올해 5월 경북도 협의를 거쳐 별도 전문가 그룹에 용역을 발주하고 한국에너지평가원·산업부 등으로부터 3차례 컨설팅을 받아 구상을 다듬었던 게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뒷얘기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군수는 "성공을 위해서는 영덕에 세워지는 신재생에너지 종합지원센터를 잘 운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산업부, 경상북도, 영덕군, 유관기관 간 상호 유기적인 추진체계 구축, 기업 유치, 국제 협력, 인력 양성, 산학연 네트워크 등 목표했던 풍력의 전·후방산업 생태계를 집적화시키는 것이 과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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