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농정 박사 최웅 "책상머리 농업과 너무 달라"

귀농 최 전 경북도재난안전실장…인생 이모작 첫해 농사 기본 익혀
"땅은 욕심부리지 말아야", 자연과 순화되는 삶
경북형 키낮은사과 보급 등 경북농업 체질개선

초보 농사꾼 최웅 씨가 자신이 생산한 땅콩을 한아름 들어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엄재진 기자
초보 농사꾼 최웅 씨가 자신이 생산한 땅콩을 한아름 들어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엄재진 기자

"퇴직자들이나 도시 은퇴자들이 귀농할 경우 욕심내지 말아야 합니다. 자연에 순응하면서 땀을 흘리면 땅은 충분한 보상을 해줍니다. 초보 농사꾼으로 산 1년 동안 배운 교훈 입니다."

포항부시장을 거쳐 경북도 재난안전실장을 끝으로 지난해 말 명예퇴직한 최웅(60) 씨.

그에게 '부시장', '실장'이라는 공직생활의 직함보다는 '초보농사꾼'이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린다. 공직을 떠나 고향 안동에서 땅을 일구고 살아온 10개월 남짓한 기간이 그에게는 '딱 어울리는 옷을 입은 듯 편한 삶'이었다.

초보농사꾼 최웅은 고향 안동 풍천에서 농사를 지었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가고, 어쩌다가 1986년 기술고시에 합격하면서 '공직'이라는 어색한 옷을 입어야 했다.

하지만, 어색한 옷이라도 '공직'이라는 무게감때문에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남들이 승진때문에 오래 있지 않으려하는 말석 계장으로 5년 동안 근무하면서 고집스레 성과를 낸게 '경북형 키낮은 M9 사과 대목'이다.

사실상 사과 주산지 경북의 과수농업에 일대 혁신을 가져온 키낮은 사과는 상품과 생산, 수확에 이르기까지 사과농업의 체질을 개선한 괄목할만 성과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34년 공직생활 동안 줄곧 경북 농업 정책 등 제도아 체질 개선을 통해 농업발전에 나서왔다. 그야말로 농업정책에서는 그를 '박사'로 인정한다.

그는 지난 주말 아내 우경희(57) 씨와 함께 땅콩 수확을 하면서 자신이 생산한 땅콩 한아름을 안고 활짝 웃어 보였다. 아내 우 씨는 곁에서 땅콩을 일일이 다듬으면서 새로운 삶에 보람있어 하는 남편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그는 "지난해 말 명퇴를 하고, 새로운 삶을 준비하면서 농촌과 농업에 대해 겉핥기식으로 알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야말로 농촌 현장 농업은 책상머리 농업과 너무 다르다는 사실이었다"고 했다.

이 때부터 그는 주변의 도움을 받는 초보로 자신을 철저히 낮추었다. 토지를 구하고, 작목을 선택하고, 씨를 심고, 비료와 농약을 뿌리고, 잡초를 제거하는 농사 전반에 걸쳐 초등생처럼 배워 나갔다.

처음에 가장 기본적 작목인 땅콩과 참깨, 벼농사를 지었다. 다른 작목에 비해 손쉬운 작목으로 땅과 자연, 농심에 대해 이해하고 배우기 위한 선택이었다.

특히 욕심부리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덧 붙인다. "참깨 모종을 밭에 심으면서 초보 주제에 욕심을 부렸다. 비닐을 깔고 나름 잘해보려 했던 것이 결국 한 이랑에 한두포기의 참깨가 살아나는 '대참사'를 겪었다"는 그는 자연과 땅에 순화된 삶이 가장 소중하다는 깨우침을 얻었다.

그는 초보 농사꾼으로 올해 소득을 300만~400만원으로 잡고 있다. 전량 직거래로 판매할 생각이다. 첫 직거래를 도와주는 주변의 지인들이 많다.

조만간 홈페이지 구축을 끝내고 상품 브랜드도 만들어 게시할 계획이다. 홈페이지는 '농보가', 땅콩 브래드는 '탱고땅콩'이다. '농사밖에 모르는 행복한 바보'라의 의미와 '탱탱하고 고소한 땅콩'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홈페이지 구축과 브랜드 개발을 위해 가톨릭상지대학교 서상일 창업보육센터장이 함께하고, 직거래를 위한 상품을 꾸미고, 홍보를 위해 '예선아빠농장' 권상일 대표가 곁을 지켜 주고 있다. 누구보다 땅을 찾아주고, 품목을 추천하는 등 농사 전반에 걸쳐 도움준 신형서 버버리찰떡 대표도 빼 놓을 수 없다.

농사밖에 모르는 행복한 바보를 꿈꾸는 그는 "도시 은퇴자들이 쉽게 농촌에 정착할 수 있는 모범사례를 만들 각오다. 3년 정도 다른 생각없이 땅과 자연의 정직함을 배울 생각"이라며 "공직에 있을때 마무리 못한 한국형 마을 공동경영체를 만들어 보는 것"이라 했다.

최웅씨는 겨울철이면 우리나라 해안도로를 일주하는 '국토둘레길' 걷기에 나선다. 지난 1월 시작한 이 걷기는 동해를 시작으로 남해와 서해를 거쳐 비무방지대도 걸을 계획이다. 이를 통해 100세시대 건강 챙기기와 스스로를 다지는 계기로 만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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