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당근!' 잃어버린 반려견 은비를 10일 만에 찾았다는 박소현 씨와 처음 만난 자리. 생경한 메시지 알림음이 경쾌하게 울려 퍼진다. 익숙한 듯 잠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던 소현 씨가 거사를 마친 표정으로 자랑스럽게 말한다.
"은비 잘지내고 있냐는 근황 묻는 댓글이 아직도 많이 달려요. 벌써 한달이나 지났는데 말이죠"
◆반려견 잃어버리자마자 '당근마켓'에 접속
"산책을 가자는 은비의 성화에 평소처럼 목줄을 메고 산책을 나섰어요. 공원 몇 바퀴 돌고 집에 오던 중 갑자기 은비가 막 뛰는 거예요. 은비를 잡으러 쫓아가다 저는 택시와 부딪혔고, 그 사이 목줄이 풀리며 저 멀리 은비가 도망가 버렸어요" 사고를 당한 소현 씨는 다리를 심하게 다쳐 움직일 수 없었다.
그렇다고 대신 은비를 찾아줄 가족도 근처에 없는 상황.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사이 반려동물을 찾을 수 있는 골든아워 3시간은 훌쩍 지나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반려동물을 찾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병원에 누워 하염없이 울기만 할 텐가. 아니면 절뚝대는 다리를 이끌고 반려동물을 찾아 나설 것인가.
소현 씨는 중고거래 모바일 플랫폼인 '당근 마켓'을 떠올렸다. "아무래도 당근 마켓이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어플이다 보니, 은비를 찾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강아지를 잃어버렸을 때 가장 첫 번째 수칙이 주변부터 돌아보라고 하잖아요."
◆"은비 찾습니다" 게시글에 달린 수백개 댓글
당근 마켓 '동네 생활'은 동네 주민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인근 지역에 사는 주민들끼리 소통하는 공간이다. 흔히 당근 마켓은 중고거래만 하는 곳이라 알고 있지만, 이렇게 시시콜콜한 동네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소현 씨는 이 공간에 은비를 찾는다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반려견 특징, 잃어버린 장소, 시간은 물론이고 일면식 없는 은비를 못 알아볼까 싶어 사진도 수십 장 덧붙였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올린 게시글에는 놀랍게도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다. 다리가 아픈 반려인을 대신해 동네 곳곳을 직접 찾아다니겠다는 댓글부터 퀵 배달기사를 업으로 삼고 있으니 오토바이를 타고 멀리까지 돌아보겠다는 댓글까지. 이웃들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은비를 제 반려견처럼 찾아 나섰다.
특히 반려견을 잃어버린 경험이 있다는 동병상련 댓글에 눈길이 갔다. "10일 만에 찾았다는 댓글이 희망으로 다가오더라고요. 우리 은비도 늦은 거 아니구나, 더 노력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10일 만에 기적적으로 돌아온 반려견
은비를 잃어버린 지 10일째 되던 날.
'당근!' 소리와 함께 반가운 소식이 휴대폰에 떠올랐다. "은비 어머님, 포인핸드에서 은비를 본 것 같아요" 포인핸드는 유기 동물 입양과 분실 동물 정보를 제공하는 반려동물 플랫폼 앱으로 전국적으로 월평균 486마리의 실종 반려동물 정보가 등록되고 있다. 댓글을 확인하자마자 부랴부랴 포인핸드 앱을 깔았다.
그곳에는 꾀죄죄한 모습으로 보호소에 갇혀 있는 은비가 있었다. "보호 중인 은비는 진드기에 많이 물려있었어요. 다른 동물에게 공격당한 상처도 있었고요. 그리고 췌장염 수치도 높아 이틀 정도 동물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후 집으로 데려왔어요" 은비인 것을 확인하고, 소현 씨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당근 마켓에 은비를 찾았다는 글을 올리는 것이었다. 노심초사 은비를 기다려온 이웃들에게 가장 먼저 기쁜 소식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온 은비 소식에 기다렸다는 듯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렸다.
그중 한 이웃의 호통 섞인 댓글이 가장 눈에 아른거린다는 소현 씨. "쟤 찾으러 다닌다고 죽는줄 알았네, 인식표부터 달고, 칩도 빨리 심어요 제발!"
◆SNS로 잃어버린 동물 찾고 입양도 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영역을 확대하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잃어버린 반려견을 찾는다'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오는가 하면, 버려지고 아픈 동물들의 치료비나 구호비를 모금하는 통로로 활용되기도 한다. 무거운 이야기만 있는 것도 아니다. '길고양이 집에 데려왔는데 어떻게 관리하면 되나요' 같은 사소한 정보 공유부터, '작아진 반려견 옷 나눔 할게요~ 3kg 가량 아이면 됩니다'라는 착한 무료 나눔까지. 물론 무턱대고 사진부터 들이미는 내 반려견 자랑 글이 가장 많다.
"좋은 말만 해주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sns 채팅으로 연락 와서 은비를 찾지 못할 거라고 악담을 하시는 분들도 꽤 있었어요" 소현 씨 말대로 sns는 양날의 검과 같다. 반려동물 찾는다는 글을 올려주는 대신 수백만 원 수고비를 챙기는 인플루언서도 있고, 동물 학대하는 영상으로 관심을 끄는 sns 이용자들도 꽤 많다.
"하지만 저는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sns를 통해 강아지를 찾는다는 게 기적과도 같잖아요.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때 sns에 글을 올려보세요. 누군가는 그 글을 보고 진심으로 댓글을 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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