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역병 속의 치킨 게임

대학병원 전공의와 전임의, 동네의원 등이 참여하는 전국의사 2차 총파업을 하루 앞둔 25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병원 출입문에 휴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대학병원 전공의와 전임의, 동네의원 등이 참여하는 전국의사 2차 총파업을 하루 앞둔 25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병원 출입문에 휴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김해용 논설실장
김해용 논설실장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병겁(病劫) 상황인데 의사들이 손을 놓고 있다. 방역의 두 축인 정부와 의료계가 극한 대치를 하고 있으니 사달이 크게 났다. 단 한 명의 의료인이 아쉬운 판국에 의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는 모습을 보는 국민들은 불편하고 불안하다.

혹자는 고소득자들의 '밥그릇 챙기기'라고 본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파업 중에 '밥그릇 싸움' 아닌 것은 없다. 의사 파업이 온당치 않다면 이 세상 모든 파업도 정당성을 획득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 계획대로 의대 정원을 향후 10년간 4천 명 증원하더라도 이들이 개원의가 되는 시점은 20년 가까운 미래 일이다. 따라서 이들은 지금 전공의 및 개원의와 경쟁자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 한들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박수 받을 일이 아니다. 여론도 싸늘하다. 일반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생존권을 걸고 파업을 벌이지만, 의사 파업이 볼모로 잡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의료계에 질문을 던져 본다. 왜 하필이면 지금인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난 뒤에 목소리를 내면 안 되나. 정부 의료 정책에 대한 반대가 코로나19 2차 대유행으로 나라가 아수라장이 되는 것과 맞바꿀 만큼 중대한 가치를 가지는가.

정부에도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왜 굳이 이 시기에 논란 많고 민감한 정책을 밀어붙여 혼란을 불러일으키나. 혹여나 코로나19 비상 상황인 지금이야말로 여론을 등에 업고 의료계 반발을 꺾을 호기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의료 서비스 소외 및 격차를 해소하려면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취지와 장기적 방향은 맞지만 결과마저 좋을지는 미지수다. 의료 격차는 보조 인력 및 고가 의료 장비에 의해 좌우된다. 결국 규모의 경제 문제이지 단순히 의대 졸업생 수를 늘린다고 해서 해소될 사안은 아니다.

국민 마음을 얻지 못하면 정부든, 의료계든 승자가 될 수 없다. 그나마 정부 추진 의료 정책과 우리나라 의료계 현실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이해도가 현저히 높아진 것은 성과물이다. 토론의 장도 약속됐으니 정부와 의료계는 '치킨 게임'을 접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지금 절실한 것은 코로나19 방어 전선 구축을 위한 정부와 의료계의 공조(共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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