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코로나 전쟁 중에 기어코 공수처법 개정안 발의한 여당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후보추천위원회의 운영 등에 관한 규칙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후보추천위원회의 운영 등에 관한 규칙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등이 야당이 반대해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임명을 강행할 수 있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을 향해 "이달 중으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선임하지 않을 경우 모법인 공수처법을 개정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코로나19 재확산과 경제위기로 국민 고통이 가중되는 와중에 여당이 공수처 설치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 의원 11명과 열린민주당 의원 1명 등 12명이 발의한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야당 견제를 무력화하는 조항을 포함하는 등 문제가 많다. 현행 공수처법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는 여야 교섭단체가 각각 추천하는 2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되며, 7명 중 6명이 찬성해야 공수처장 후보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게 돼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교섭단체 추천위원 몫을 여야로 구분하지 않고 국회 추천 4명으로 바꿨다. 추천위가 공수처장 후보 선정 시 7명 위원 중 6명 찬성을 얻어야 하는 조항도 5명으로 낮췄다. 야당을 배제하고 민주당 단독으로 공수처장 후보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더욱이 민주당 등의 개정안은 공수처 검사의 수사와 공소 제기 범위를 기존 대법원장·대법관, 검찰총장, 판사·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에서 고위공직자로 넓혔다. 공수처 수사 범위가 크게 확대되는 셈이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조국 전 장관 아들 입시 비리 의혹' 등으로 기소된 의원들이 개정안 발의에 참여한 것도 부적절하다.

민주당 등의 개정안은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최소한 장치마저 없앤 '악법'이다. 176석 힘을 앞세워 민주당은 공수처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는 요원해지고, 공수처가 대통령의 친위 사정 기관이 될 우려가 농후하다. 공수처가 정권의 눈엣가시인 검찰을 무력화하고, 권력 비리 수사를 흐지부지시키는 방패가 될 개연성도 있다. '괴물' 공수처가 등장할 날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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