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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자의 아이돌 탐구생활] '다섯장'을 바라보는 착잡한 마음

아저씨가 부르는 아이돌 댄스 음악?

MBC
MBC '최애 엔터테인먼트'에서 만든 첫 트로트 아이돌 그룹 '다섯장'의 단체사진. 왼쪽부터 추혁진, 김명준(아스트로 MJ), 옥진욱, 이회택(펜타곤 '후이'), 박형석. MBC '최애 엔터테인먼트' 캡쳐

지난 22일 MBC '쇼 음악중심'에서 '다섯장'이라는 그룹이 데뷔 무대를 가졌다. '다섯장'은 같은 방송국에서 트로트를 소재로 만든 프로그램인 '최애 엔터테인먼트'가 만든 트로트 아이돌 그룹이다. 미스터트롯에 나왔던 옥진욱, 추혁진과 '최애 엔터테인먼트' 회장님으로 역할을 맡은 가수 장윤정이 데려왔다는 박형석, 그리고 펜타곤의 '후이'와 아스트로의 'MJ'가 본명인 이회택과 김명준으로 활동하는 (홍보 문구로는) '세계 최초 트로트 아이돌'이라고 한다.

타이틀 곡인 '잘 될거야'와 '시선고정' 무대를 본 나의 소감은 '착잡하다'라는 말로 표현이 가능할 것 같다. 두 노래 모두 전형적인 트로트 댄스 곡인데, 듣다보면 트로트와 아이돌 댄스 음악 어딘가에서 갈 길을 못 찾고 헤매고 있다. '잘 될거야'는 '트로트는 무조건 꺾기만 하면 된다'는 그릇된 선입견에 기반하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저 뽕끼 섞인 댄스곡일 뿐인데 과하게 꺾는 창법을 넣다보니 노래가 너무 느끼해졌다. '시선고정'은 어떻게든 젊게 보이려는 아저씨가 부르는 아이돌 댄스 음악 같다. 뽕끼를 발산하려면 처음부터 강하게 밀고 가던지 해야하는데 도입부에 온갖 폼 다 잡다가 갑자기 뽕끼로 유턴하면서 듣는 내가 매우 당황스러웠다. 중간의 랩 부분도 어색해 미칠 것 같았다. 두 노래의 무대를 보면서 '후이와 MJ는 왜 저기서 재능낭비를 하고 있나' 하는 생각에 착잡함이 몰려와 입이 썼다.

아이돌이 트로트를 불렀던 건 '다섯장'이 처음이라고는 할 수 없다. 빅뱅의 지드래곤이 작사·작곡하고 대성이 부른 '날 봐 귀순'과 '대박이야'가 있고, 슈퍼주니어에서 만든 트로트 유닛인 '슈퍼주니어 T'의 '로꾸꺼'도 있다. 이 세 노래 중 '대박이야'는 정말 어르신들 사이에서도 대박을 터트린 노래이기도 하다. 당시 이 노래가 화제가 됐던 이유는 트렌드를 이끌고 간다는 지드래곤이 어르신들의 노래인 트로트 작곡도 가능하다는 의외성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돌이 트로트를 부른다는 사실이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닌 상황에서 '다섯장'은 너무 안일한 기획이기도 하다. 차라리 멤버의 통일성이라도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예 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로만 채우거나 아니면 트로트 잘 부르는 젊은 가수들로 채우거나. 그리고 이런 댄스음악 느낌의 트로트는 최근에 '영탁'이라는 넘어서야 할 벽도 생겼다. 적어도 '니가 왜 거기서 나와'나 '찐이야' 정도로 신바람으로 몰아부치는 노래가 아니면 주목받기도 쉽지 않다.

MBC가 뒤늦게 트로트 예능에 발을 담가 만든 프로젝트 아이돌 '다섯장'은 얼마나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을까. 게다가 하필 코로나19 재유행이 눈앞에 닥친 상황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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