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생(生)과 사(死) 결정하는 3분간의 기적

달성소방서 현풍119안전센터 김상우 팀장

달성소방서 현풍119안전센터 김상우 팀장
달성소방서 현풍119안전센터 김상우 팀장

30여 년 소방관으로 근무하며 수많은 현장을 누비고 다녔지만 사람을 살리는 경험은 항상 삶의 보람과 자부심을 갖게 한다.

지난해 가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훈련과 함께 평화로운 일상에 여유를 부리고 있을 때 펌뷸런스(펌프차+구급차) 출동 경적이 울려 퍼졌다. 달성소방서 인근 금리 지역 한 공장에서 근로자가 갑자기 쓰러져 의식이 없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훈련 중이었던 대원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구급대원들이 타 지역 환자 이송을 위해 출동해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평소보다 더욱 신속하게 현장으로 출동해 공장 내부로 진입했다. 한바탕 소란이 벌어진 듯 근로자들의 부산한 움직임의 중심에는 한 남성이 쓰러져 있었고 동료들이 쓰러진 남성의 가슴을 압박하는 중이었다.

미끄러지듯 차에서 내려 쓰러진 환자에게 달려가 가슴을 강하게 눌러보며 전체적인 외상 상태를 살펴보았다. 강한 통증에도 반응하지 않는 무의식 상태로 맥박과 호흡이 느껴지지 않은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

환자가 매우 위중한 상태임을 확인하고 주변 근로자들에게 사고 경위를 묻으면서 곧바로 가슴 압박을 실시했다. 전문 의료 장비를 갖춘 구급대원들이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약 5분여가 소요 되었지만 그 시간은 너무나 기나긴 것처럼 느껴졌다.

곧바로 도착한 구급대원들은 지정된 의사에게 의료지도를 받으며 전문 약품을 투여하고 수차례 자동제세동기를 이용하여 전기충격을 가했다. 병원으로 이송 준비가 완료되자 구급대원과 함께 환자를 안전하게 구급차로 옮기고 병원으로 출동하는 동안 환자의 의식이 회복되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몇 시간이 흘렀을까. 구급대원에게 병원 도착 전 의식을 회복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현장 활동 대원으로서 뿌듯함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해당 사건의 심의 결과 환자가 살아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은 초기에 가슴압박을 적절하게 시행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2019년 질병관리본부와 소방청이 공동으로 주관한 급성 심장정지 조사 심포지엄에 따르면 심정지 환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구급대원이 도착하기 전 일반인이라도 현장에 있던 사람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 생존율이 약 두 배 정도 높아졌다는 점이다.

또 자동제세동기를 사용할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생존율이 약 세 배나 높아졌다. 즉, 출동 대원들의 현장 도착 이전에 일반인들의 초동 조치가 적절하게 시행된다면 환자의 생존율을 높여주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심폐소생술은 가슴압박, 기도확보, 인공호흡의 3가지로 구성된다. 가족이 아닌 경우 환자의 정확한 병력이나 상태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인공호흡은 함부로 실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적절한 가슴압박만으로도 초기에 시행하는 심폐소생술의 효과를 발현시킬 수 있다.

가슴 압박은 심장이 위치한 곳에 양손을 포개어 실시하되 가슴뼈가 부서질 정도로 강하게 압박하는 것이 중요하며 심장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는 것이 핵심이다.

여름철 바다나 계곡에서 발생하는 익수 사고의 상황이나 가까운 주변인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을 때 가슴 압박만으로도 생존율을 높여줄 수 있다. 이를 명심하고 간단한 처치 방법을 늘 숙지한다면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들을 지키는 방법이 될 것이다.

김상우 대구 달성소방서 현풍119안전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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