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서 가장 돈이 많은 여성인 중국인 재벌 2세 등 중국인 부자 500여명이 은밀히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로 국적을 바꾼 사실이 드러났다.
중국에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이들이 정작 이중 국적을 허용하지 않는 중국에서는 자신들의 재산을 유지하는 게 어렵다고 판단해 이같은 '도피'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6일 중국 부동산기업 '컨트리 가든'의 대주주 양후이옌(楊惠姸·39)이 2018년 10월 키프로스의 시민권을 얻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양후이옌은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2020년 세계 최고 부자 순위에서 6위에 오른 아시아 최대 여성 갑부다. 그의 재산 규모는 203억 달러(약 24조 920억 4천만원)에 달한다.
이 같은 사실은 아랍권 방송 알자리라의 탐사보도로 알려졌다. 알자지라는 중국인 500여명을 포함해 2017~2019년 키프로스 시민권을 얻은 2천500명의 명단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명단에 따르면 중국인이 러시아인(1천명)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키프로스는 최소 215만 유로(약 30억 2천137만원)를 투자하면 시민권을 발급해주고 있다. 시민권을 얻으면 유럽연합(EU) 27개국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데, 정작 키프로스에 거주할 필요는 없다는 '장점'이 있어 중국인 부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SCMP는 "중국인 부호들이 외국 국적 취득이 알려지거나 외국 거주 사실을 신고하지 않을 경우에 정치적 모임에서 제명될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 역시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외국 시민권을 취득하거나 허가없이 외국 영주권을 취득할 경우 해고하도록 하고 있다.
SCMP는 "외국 여권이 있다는 것은 돈을 해외로 반출하거나 유사시 해외로 도피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중국에서는 외국 여권이 있다고 항상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 밍톈(明天) 그룹 샤오젠화(肖建華) 회장은 캐나다 시민권과 홍콩 영주권을 가지고 있으나 2017년 홍콩에서 '실종'된 뒤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하다. 이후 그의 모든 자산은 매각됐거나 압류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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