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파리 박물관과 미술관 답사를 다녀온 며칠 뒤였다. 노트르담 대성당에 큰 화재가 났다는 뉴스를 들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노트르담 대성당은 잊지 못할 전율과 감동을 안겨주는 전통 건축물이다. 화마에 휩싸인 참담한 광경은 큰 상실감이었다. 이후 노트르담 대성당의 재건 과정을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이는 노트르담 전통 원형을 그대로 복원할 것인지 아니면 현대적 재료와 구도를 가미한 변형일지에 대한 논의였다. 기존 첨탑을 유리 첨탑으로 변형한다는 안건은 놀라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고딕 양식을 대표하는 걸작에 유리 첨탑이 더해진 형태는 전통 미술 양식의 역사를 뒤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고딕 양식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웅장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신비로움의 상징이다. 일반적으로 고딕 건축은 수직으로 높게 뻗은 뾰족한 형태의 첨탑, 드높은 천장, 넓고 화려한 창이 특징이다. 대성당의 중심부에는 높이 96m로 축조되어 상승감이 강조된 첨탑이 위치한다. 높게 뻗은 첨두형 아치 건축물에 늑골(갈비뼈) 모양의 늑재 궁륭은 지붕 무게의 하중을 분산시켜 건물의 균형을 잡아주고 있다. 그리고 대성당의 창은 작고 어두운 로마네스크 창에 비해 밝고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로 채워져 개방감을 더한다. 꽃잎형의 장미창에 크고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이처럼 고딕 양식의 대표작으로 꼽을 수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은 그곳을 찾은 많은 사람들에게 전율과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무엇보다도 고딕 건축이 얼마나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설계를 통해 만들어졌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므로 첨탑의 현대적 재건이 아닌 전통 양식을 보존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는 숭례문의 화재를 연상케 한다. 그 원인은 다르지만 숭례문의 경우, 5년 3개월이라는 복원 과정 끝에 조선 초 창건 원형의 모습을 되찾았다. 전통으로의 회귀를 선택한 숭례문의 재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반가움과 안도감을 선사하게 되었다. 만약 숭례문에 현대적인 형태를 가미했다면 국보 1호의 숭례문은 옛 전통의 모습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최근 노트르담 대성당 재건에 대한 뉴스를 접했다. 프랑스 상원은 대규모의 논쟁 끝에 기존의 형태대로 복원해야 한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은 고딕 양식 건축물의 과학적 특성에 대한 연구를 착수했고, 모형화와 건축 및 기념물 특성의 모델링, 목재의 물리화학적 특성과 구조, 납이나 석재와 같은 재료 등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을 하고 있다고 한다. 많은 이들에게 전통의 그리움으로 남은 노트르담 대성당의 재건을 전통으로의 회귀로 선택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전통으로 회귀한 노트르담 대성당 앞 광장 바닥의 '푸앙 제로'를 밟는다면, 전통의 웅장함과 화려함에 또다시 매료될 것이다.
조수현 현대백화점 대구점 갤러리 H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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