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 스타 TK 의원을 보고 싶다

21대 국회의원 배지. 연합뉴스
21대 국회의원 배지. 연합뉴스
기획탐사팀장 이창환
기획탐사팀장 이창환

야당 국회의원은 제약이 많다. 정부 부처와 산하 공공기관들은 야당 의원에게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정부 부처에 자료를 요구해도 민감한 대목은 야당 의원에게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상임위원장이나 상임위원회 간사 정도를 맡으면 그나마 말발이 선다. 그 외에는 장·차관을 상대로 목에 핏대를 세워도 그때뿐이다. 전문성도 약하고 감투도 없는 야당 초·재선 의원이 떼를 쓰고 악을 쓰는 것은 스스로 무기력함을 드러내는 행위다.

21대 국회에서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범여권이 180석을 넘게 차지하면서 제1 야당인 미래통합당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상임위원장 등 국회직을 보이콧하면서 영향력은 더욱 떨어졌다. 역대 최약체 제1 야당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경북(TK) 초·재선 의원은 고달프다. 4·15 총선에서 당선된 TK 의원 25명, 모두 통합당 소속 또는 같은 성향의 무소속이다. 초선이 12명으로 절반에 이르고, 재선은 9명으로 초·재선이 전체의 80%가 넘는다.

TK 정치권은 여당으로 시작한 20대 국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겪으면서 사실상 와해되다시피 했다. 정치력은 바닥을 쳤고, 정치권은 사분오열됐다. 문재인 정권 적폐몰이의 중심에서 모욕도 겪었다.

TK 정치권은 21대 국회에서 지역 정치력 복원이라는 막중한 숙제를 떠안고 있다. 초·재선 의원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TK 정치권이 정치력을 복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초선 의원들에게 공부와 지역구 관리, 두 가지에 특히 공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의원 시절 국회도서관을 가장 많이 찾은 것으로 유명하다. 지역구 관리를 위해 금귀월래(금요일에 귀향했다가 월요일에 여의도로 돌아오라)도 누누이 강조했다.

10여 년 전 국회 출입 기자 시절, 경기도 군포에서 배지를 달고 있던 김부겸 의원을 사석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그는 "수도권 의원들은 지역구의 이해 당사자들이 현안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하는 탓에 공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했다.

당시 주로 만났던 TK 의원들은 좀 달랐다. 관심 있는 분야에는 전문성을 보였지만 그 외에는 그다지 눈길을 돌리지 않았다. 대신 '형님, 동생' 등 폭넓은 인맥을 통해 정치 경력을 유지하려고 했다. 이런 정치 스타일이 4년, 8년 계속되면 결국은 수도권 의원들과 경쟁력에서 이길 수 없고, 큰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도 없다.

TK 정치권에서 스타 의원이 나온 적이 있었나? 송곳 같은 질문으로 장관 등 정부 부처 관계자들을 쩔쩔매게 하는 의원은 대부분 수도권에 기반을 두고 있다. 여야의 문제가 아니다. 야당 의원이 오히려 의정 활동하는 데는 제약을 덜 받는다. 책임에서 자유로운 야당 의원이 정부 여당을 제대로 공격만 해도 언론에서 다뤄주고, 지역구에서 환영받는다.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곧 시작된다. TK 초·재선 의원들의 내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금은 약속으로 저녁 시간을 낭비할 게 아니라 국정감사 자료를 한 보따리씩 들고 가서 열공을 해야 할 시기다. 국감 준비를 보좌진에게 모두 맡기는 의원은 자격이 없다. 부동산, 코로나19, 검찰 개혁, 실업 문제 등 정부 여당의 실정은 차고 찼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밋밋한 질문으로 시간만 축낼 게 아니라 제대로 따지고 대안을 제시하는 TK 의원을 보고 싶다. 선거에서 '묻지마 지지'를 해 준 지역 유권자들이 최소한으로 기대하는 것이고, 초심을 잃지 않은 의원들의 당연한 의무다.

기획탐사팀장 이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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