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싹쓸이와 환불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프로젝트 그룹 '싹쓰리'(SSAK3)가 3개월에 걸친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유두래곤(유재석), 린다G(이효리), 비룡(비·정지훈)으로 구성된 '싹쓰리'는 여러 곡을 음악 차트에 올려놓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싹쓰리'란 그룹 이름은 온라인으로 팬이 정해줬다. 차트를 싹쓸이한다는 의미와 쓰리의 3명이란 뜻을 섞어 만든 이름이다. 그룹 이름처럼 올여름 가요계는 물론 팬들의 마음까지 싹쓸이했다.

싹쓸이는 모두 다 쓸어버리는 일을 뜻한다. 프로 야구에서 정규 시즌 중 한 팀이 3연전을 모두 승리하면 싹쓸이 승(勝)을 했다고 한다. 싹쓸이는 고스톱에도 자주 등장한다.

문재인 정권에서 툭하면 나타나는 현상 가운데 하나가 싹쓸이다. 4·15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18개 상임위원장을 싹쓸이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3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국민의 준엄한 요구인 여야 협치(協治)는 물 건너갔고 민주당은 폭주를 계속하고 있다. 민주당이 미래통합당에 지지율이 역전당하는 빌미가 된 것은 여당의 상임위원장 싹쓸이 탓이었다.

사정기관 요직과 수장 자리를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싹쓸이하는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 정부 때 청와대에서 같이 근무한 사람들로 자리를 채운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장, 대검 차장, 경찰청장, 국세청장이 대표적 사례다. 대통령이 자기와 인연 있는 인사들로 사정기관 전체를 메우다시피 한 것은 거의 없는 일이다.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대검 공공수사부장 등 검찰 '빅4'를 호남 출신이 싹쓸이한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올 1월, 8월 인사 등 두 번이나 호남 출신 검사들이 독식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지역주의 인사"란 지적까지 나왔다. 호남 출신인 미래통합당 조수진 의원은 "'조국 줄' '추미애 줄' 잡고 동료, 조직, 자존심을 짓밟고 일하는 검사들이 요직을 독차지(천박하게는 싹쓸이)한 인사"라고 꼬집었다.

'싹쓰리' 다음 프로젝트로 '놀면 뭐하니?'는 여자 가수 4명으로 구성된 '환불원정대'를 선보였다. 문 정권의 도를 넘은 싹쓸이에 정권을 출범시켜 준 국민이 정권을 향해 환불을 요구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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