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일본 역사상 최장기 총리 재임 기록을 달성한 지 나흘만인 28일 13년 전의 데자뷔를 떠올리듯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아베 총리는 1차 집권기인 2007년 9월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건강 문제를 들며 사임을 발표했다. 임기 1년여를 남겨 놓고 다시 사의를 밝힌 이번에도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 재발이 주된 이유로 알려졌다. 2012년 12월 2차 집권에 성공한 후 지난 24일 연속 재임일수 2천799일로 최장기 총리 재임 기록을 달성한 직후에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수모 속에 씁쓸한 퇴장을 맞이하게 됐다.
아베 총리는 '아베 1강' 체제를 구축하며 한동안 '아베노믹스'로 일정한 경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코로나19 대응 문제 등으로 지지율이 30%대로 급락했고 경제 성적표도 최악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요 과제인 평화헌법 개정과 남쿠릴열도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반환 관련 러시아와의 협상에서 열매를 맺지 못하는 등 집권 기간에 비해 업적이 부실하다는 평가가 많다.
관료가 총리관저에 아첨하는 '손타쿠(忖度) 정치'의 횡행, 지역구 유권자에 대한 향응 제공 논란으로 번진 정부 주최 '벚꽃(사쿠라)을 보는 모임'(이하 벚꽃 모임) 관련 의혹 등 장기 집권에 따른 폐해도 있었다.
일본 정계는 아베 총리의 전격적인 사의 표명을 전혀 예측하지 못해 충격에 휩싸이며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다. 아베 총리의 측근으로 꼽히는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재생담당상은 "최근 며칠 동안 평소와 다른 없는 모습으로 일을 했으므로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자민당의 주요 파벌이 긴급 회의를 열어 차기 총리직을 수행할 새 총재 선출에 나서면서 '포스트 아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포스트 아베 후보로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상,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중 아베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로 꼽히는 이시바 전 간사장은 아베 총리와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이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조직 장악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스가 관방장관이 부상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고노 방위상과 고이즈미 환경상도 대중적 인기가 있지만, 포스트 아베 후보라기보다는 차차기 후보라는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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