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 큰 보살핌 주신 아버지 故 김용준 전 교장

30여 년 전 설날 故 김용준(오른쪽 두번째) 씨 가족이 찍은 단체 사진. 가족제공.
30여 년 전 설날 故 김용준(오른쪽 두번째) 씨 가족이 찍은 단체 사진. 가족제공.

아버지는 대구공립농림학교 4년을 졸업하시고, 43년 7개월이나 후세 양성을 위해 교육에 봉직하며 용암초등학교 모교에서 정년을 맞이하셨다. 퇴임 전에 제자들의 아낌없는 사랑과 모금으로 '송덕비(頌德碑)'를 모교 운동장 옆 화단에 제막하셨지요. '평생을 교육에 몸 바쳐 제자를 위해 헌신하신 모암 김용준 선생님의 드높은 뜻과 공덕은 이 동산 이 고장에 장송처럼 푸르리라'고 송덕비에 새겨져 있습니다.

자식들에게 근엄하시면서 언제나 자상하셨던 아버지! 교육공무원으로서 조금의 여유는 있었던 것 같았지만, 잘 먹지도 입지도 못하시고 근면 성실하게 살아오셨던 그 모습들, 남루한 옷차림도 마다하지 않고 오직 청빈하고 정직한 마음을 강조하셨던 분이셨습니다.

5남매(차식, 태란, 옥란, 영길, 영호)의 장남이라 저에게 힘을 주시고 기대감도 컸었지요. 중학교까지는 시골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지만, 고등학교부터는 아버지와 떨어져 대구에서 학업을 하게 되었지요. 경북대학교 합격 여부 소식을 시골집에서 기다리다가 동네 어귀에서 합격 소식에 그렇게 좋아하셨던 모습이 아직도 가슴에 찡합니다. ROTC 15기로 임관, 화천(27사단)에 군 복무할 때 수확한 쌀까지 보내 주시는 자상하고 인자함도 보여 주셨지요. 늦게 지원한 박사과정 합격 소식을 듣고 첫 등록금도 주셨고요.

인사이동으로 청송, 울릉도 등 부임지에서 가족과 고향을 그리워하시던 모습, 그 애틋한 모습들이 간간이 뇌를 스쳐 갑니다. 울릉도에 교장으로 2년간 홀로 계시면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자식들이 부담을 느낄까 한 번도 어려움을 내색하지 않으셨지요. 타지 근무로 고향에 대한 향수 때문에 호까지 모암(慕巖)으로 하셨지요.

아버지, 저도 이제 공자의 말로 이순(耳順)이 왔나 했는데, 어느덧 종심(從心: 일흔 살을 달리 이르는 말)을 향하고 있어요. 아버지는 가을을 유독 싫어하셨지요? 만물의 초록이 단풍이 들어 떨어지는 모습을 가장 쓸쓸하게 느꼈었던 마음,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이제야 저도 답습하고 있어요.

1994년 박사학위를 취득한 김차식 씨와 고 김용준(오른쪽 세 번째) 씨 가족의 기념사진. 가족제공
1994년 박사학위를 취득한 김차식 씨와 고 김용준(오른쪽 세 번째) 씨 가족의 기념사진. 가족제공

아버님이 평소에 강조하셨던 '형제간의 충효, 우애, 화목'을 가훈으로 삼고 실천에 옮기며 가족들에게 계승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퇴임 후에는 마을 경로당 운영에도 열과 성을 다하셨지요. 어머님이 질병으로 시골에서 통원하실 때 혼자 병원에 보내시는 것이 염려되어 꼭 동행해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로부터 금술 좋은 노부부로 병원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83세 노환으로 이별을 하게 되던 날, 유난히도 그해 그날은 찜통 무더위였습니다. 아버님을 마지막 보내드리는 날, 그 모두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부처님의 은덕이 있으셨던 것 같았어요. 슬픔을 머금은 것도 벌써 16년이 지났어요. 우리의 삶은 한 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한 사실을 보여 주셨지요. 어찌 더 큰마음의 파동이 일어나지 않겠습니까?

아버지란 단어만 들어도 애틋하고 아직도 그 잔재가 그립습니다. 대학 시절 때만 해도 차랑차랑한 목소리, 평생을 함께할 것 같았는데, 이제 그 모습은 사진과 녹음된 소리로만 들을 수 있는 게 현실이지요. 아버지! 2018년 1월 17일 어머님도 저하고 이별을 했어요. 아버지 때와는 달리 유난히도 매서운 눈보라의 찬바람 속에서 보내 드렸습니다.

언젠가는 저 차례가 된다고 생각하면 남은 인생 3막의 삶을 아름답게 정리하며 살아갈까 합니다. 아버님께서 키워 주신 덕분에 저도 중등·대학에 39년간 봉직하고 아직도 사회활동에 보람을 갖고 생활하고 있어요. 살아가는 동안 내 육체는 가보지 못한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지요. 안개 같은 인생에 사랑만이 소중한 보물임을 깨닫겠습니다.

"아! 봄풀은 다시 소생하는데, '아! 나의 아버지' 그리운 이름은 부를 수 없네!

아버지(故 김용준 전 교장)를 사랑하는 자식(김차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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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이 유명을 달리하신 지역 사회의 가족들을 위한 추모관 [그립습니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의 귀중한 사연을 전하실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신청서를 작성하시거나 연락처로 담당 기자에게 연락주시면 됩니다.

▷추모관 연재물 페이지 : http://naver.me/5Hvc7n3P

▷이메일: tong@imaeil.com

▷사연 신청 주소: http://a.imaeil.com/ev3/Thememory/longletter.html

▷전화: 053-251-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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