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몽고인도, 조선사람도, 중국인도, 일본인도 다 되어보았다."
6·25 북한 남침 전쟁이 터지기 4개월 전인 1950년 2월 15일, 대구경북 사람들은 정성을 모아 '중국유기'(中國遊記)라는 책(대구 청구출판사)을 펴냈다. 새로운 나라 '대한제국'이 출범하던 1897년 태어나, 1925년 중국으로 떠나 23년을 독립의 길을 찾아 떠돌다 광복 뒤 1947년 8월 27일 어머니 별세 소식에 고향 대구에 왔다가 10월 27일 숨진 이상정 독립운동가가 남긴 글을 모은 책이다.
그가 동북(東北) 만주와 내몽고 등 망명지를 떠돌다 상하이에서 머물 때 영국 점령지를 다니다 검문을 받았다. 통행인마다 영국 군인 3명이 역할을 나눠 '두 팔을 발끈 잡아 쳐들고, 총을 가슴에 찌를 듯 들이대며, 전신을 뒤지'니 '어린 양(羊)이 성낸 독수리 발톱에 쥐인 듯'했다. 다행히 그는 행색이 달랐던 터라 '일본인이냐'는 물음에 '그렇다'로 위기를 벗어났고 이를 글로 남겼다.
이상정 독립운동가처럼 새나라 대한제국이 망하고 잃어버린 길을 찾아 나라 안팎에서 삶을 마친 숱한 앞선 사람들 덕분에 우린 독립을 했고, 새로운 길을 맞았다. 패망 약 35년만인 1945년 8월 15일, 다시 찾은 나라는 올해로 광복 75주년의 세월을 남북으로 갈린 채 맞았고, 그 8월도 이제 내일이면 접게 된다.
바로 그 8월을 보내는 지금, 우리는 중국발(發) 코로나19 괴질과 싸우며 새로운 흐름을 겪고 있다. 촛불 민심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더욱 분명해진, 같은 무리끼리의 단단한 결속과 진영 사이의 두텁고 높아진 벽, 두 벽 사이 멀어진 소통, 정치 지도자의 세진 고집, 절망의 늪에 빠진 국민 아우성 등. 혁신과 개혁, 희생과 헌신 같은 서로의 진가를 잃고 길을 헤메는 한국 진보(進保) 두 진영이 낳은 오늘의 모습이다.
이런 즈음에 정부를 비판한, 혜성처런 나타난 인천발 상소문이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 관심이다. 물론 지금 나라 꼴과 특유한 정부 통치 문화로 상소문 하나로 크게 바뀔 일이 없을 것 같지만 많은 사람의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준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그래서 지금껏 겪지 못했고, 가보지 못한 길을 상소문 하나가 혹 내주길 바라고 8월의 끝날을 보내면서 응원한다. 국민을 위해 이제는 진보(進保)의 벽을 넘나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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