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개가 사람에게 코로나19를 옮길 수 있나요?"[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선생님, 개가 사람에게 코로나19를 옮길 수 있나요?"

예방주사를 맞기 위해 병원을 찾은 4개월 난 보스턴테리어 견종 테리의 중학생 언니가 질문을 던졌다. 테리가 맞은 예방접종이 개 코로나 예방주사여서 그런지 관련 질문이 이어졌다.

픽사베이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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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바이러스를 이겨내기 위해 항체를 만들어 대응한다. 반면 바이러스는 숙주인 동물에게보다 잘 침투하고자 변이를 일으킨다. 변이를 통해 바이러스는 신체가 만든 항체를 무력화 할 수도 있다. 동물과 바이러스 간의 생존 경쟁이 치열한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자연계에 가장 널리 분포되어 있는 바이러스 중 하나다. 매우 다양한 아형으로 분류되며 사람과 개, 고양이를 비롯한 각 동물에게 종 특이성을 가지며 동일 품종의 동물끼리 바이러스가 잘 전파된다.

개 코로나 바이러스(CPV)는 설사를 동반한 경미한 장염을 일으키며 개과 동물끼리 전파된다. 예방접종을 맞으면 항체가 안정적으로 형성되어 질병을 더 잘 이겨낼 수 있다. CPV는 잘 변이 되지 않으며 백신을 통한 인위적인 항체 형성을 통해 질병을 잘 통제할 수 있어 예방주사가 권장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개 코로나 예방주사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인 코로나19(COVID-19)를 예방할 순 없다.

고양이 코로나 바이러스(CCV)는 어린 고양이에게 설사를 동반한 장염을 유발한다. 길고양이의 70% 정도가 보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자연 감염되며 새끼 고양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고양이에겐 별다른 임상 증상을 유발시키지 않아 굳이 예방주사를 보급할 필요가 없다.

CCV의 특이점은 고양이 몸 안에서 잠복하고 있다가 비특이적인 면역반응을 통해 변이가 일어나면 복막염과 흉막염을 유발시켜 고양이를 죽게 만드는 경우다. 이는 고양이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고양이 복막염 바이러스(FIP)라 일컬어진다. CCV에 감염된 고양이의 7~8% 정도가 FIP로 발전한다고 알려져 있다.

사람의 경우는 OC43, 229E, HKU1, NL63와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 대부분 호흡기 증상과 관련되지만 심각하지는 않으나 드물게 폐렴 또는 사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미 만연해 있고 병증이 심각하지 않아 굳이 예방주사를 보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동물의 종간 특이성을 뛰어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파되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사스(SARS-CoV)와 메르스(MERS-CoV)는 사향고양이, 낙타, 박쥐를 매개하여 자연계에 존재하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변이된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역시 마찬가지로 박쥐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예상치 못한 변이를 통해 인간에게 전파되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간이 처음 대응하는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항체가 형성되기 전까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사스와 메르스는 국가 차원의 방역과 차단을 통해 통제가 됐지만 코로나19는 이미 팬데믹으로 번진 상황이다. 인간이 야생동물을 학대하고 생태계를 훼손할수록 자연계에 숨죽여 있던 바이러스의 변이를 촉발시킬 수 있음을 단적으로 경고한 사례다.

팬데믹으로 확산된 코로나19를 방역으로 통제하기는 불가능해졌다. 하루 빨리 안전한 예방접종이 개발돼 인간에게 항체를 형성시키는 것이 유일한 자구책으로 알려져 있다, 그것도 코로나19가 더 이상 심각한 변이를 하지 않는다는 가정에서다.

최근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학의 해리스 르윈 진화생태학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과 접촉할 가능성이 큰 가축 가운데 고양이와 소, 양 등은 신종 코로나 감염 위험이 중간 단계이며, 개와 말, 돼지 등은 낮음 단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scitechdaily
최근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학의 해리스 르윈 진화생태학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과 접촉할 가능성이 큰 가축 가운데 고양이와 소, 양 등은 신종 코로나 감염 위험이 중간 단계이며, 개와 말, 돼지 등은 낮음 단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scitechdaily

최근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학의 해리스 르윈 진화생태학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과 접촉할 가능성이 큰 가축 가운데 고양이와 소, 양 등은 신종 코로나 감염 위험이 중간 단계이며, 개와 말, 돼지 등은 낮음 단계에 해당한다. 반면에 유전자 구성이 유사한 영장류가 감염 확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개와 고양이에서도 널리 퍼져있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악영향을 끼친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수천년, 수만년 동안 인간과의 동거 과정을 통해 개와 고양이에게 존재해 온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간 특이성을 잘 유지하고 있음이 검증됐다.

2020년 8월 7일 기준으로 전세계에서 코로나 19에 감염이 확인된 개와 고양이 감염 사례는 고양이 11마리, 개 9마리가 보고되고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 OIE
2020년 8월 7일 기준으로 전세계에서 코로나 19에 감염이 확인된 개와 고양이 감염 사례는 고양이 11마리, 개 9마리가 보고되고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 OIE

지난달 7일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코로나19에 감염이 확인된 개와 고양이 감염 사례는 고양이 11마리, 개 9마리가 보고돼 있다. 확률은 낮더라도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할 때 반려동물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반려견과 산책시 반드시 통제가 수월한 목줄을 착용하자. 소형견이라 하더라도 낯선 사람들에게 동물이 갑작스레 다가가지 못하게 통제해야 한다.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장소는 피해야 한다. 반대로 산책 중인 반려견이 귀엽더라도 당분간은 개를 쓰다듬어 주는 행동은 자제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수의학박사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 SBS TV 동물농장 동물수호천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치료한 30여년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와 반려동물문화를 알리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동물명은 가명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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