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비밀의 숲'이 시즌2로 돌아왔다. 이번엔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을 놓고 벌이는 치열한 대결을 소재로 가져왔다. 권력을 잡기 위한 치열한 공방전이 눈에 띄지만, 드라마가 다루려는 건 따로 있다. 그 대결 속에서 버려지는 민생과 정의에 대한 이야기다.
◆'비밀의 숲'이라는 이름 값
tvN 토일드라마 '비밀의 숲2'는 시즌1의 무게감이 큰 작품이다. 시즌1은 등장과 함께 우리네 드라마 업계에 참신한 충격을 안겨줬다. 2017년 이 작품은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국제 TV드라마 톱10에 이름을 올렸고, 2018년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대상, 남자 최우수연기상, 극본상을 모두 거머쥐었다. 이 작품을 쓴 이수연 작가는 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첫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완성도를 보여준 이수연 작가는 이 작품을 쓰기 전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회사를 다니며 드라마에 대한 구상을 했고, 회사를 그만둔 후 본격적인 습작에 들어가 8회차 대본까지 썼을 때 방송 편성이 확정됐다고 한다. 동네 도서관에서 홀로 작품을 쓰던 이수연 작가는 이후에 제작사, 연출팀, 보조작가들과 함께 일하며 '비밀의 숲' 대본을 완성했다.
이 작품이 놀라웠던 건 여기 등장하는 검찰 내부의 모습이 너무나 리얼하게 다뤄졌다는 점 때문이다. 약 3년가량을 검찰 관계자들을 취재하며 작품을 쓴 결과다. 한국형 장르물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검찰 개혁이라는 (지금까지도) 시대의 화두가 된 소재를 가져와 촘촘한 사건 전개로 끝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은 보기 드문 수작이었다. 장르물의 저변이 점점 넓혀지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우리의 현실을 담아 서구의 장르물과의 확실한 차별성을 갖게 만들 수 있었던 건 바로 그 끈질긴 취재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마치 한편의 르포를 보는 듯해서 당시에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몰입감을 준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당시의 형사와 검사가 등장하는 장르물들이 대부분 연쇄살인범 같은 많은 살인사건들을 병렬적으로 풀어냈던 것에 반해, 이 작품은 단 한 사람의 살인사건만으로 16부를 끌고 나가는 힘을 보여줬다.
'비밀의 숲'은 이제 우리네 드라마가 '드라마 작법'의 틀에서 벗어나 발로 뛰며 취재한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그 경향을 신호탄처럼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최근 등장한 SBS '스토브리그', tvN '머니게임', '블랙독' 같은 취재를 바탕으로 하는 장르물들과 그 궤를 같이 하는 작품이다. 그러니 시즌2에 대한 무게감이 적을 수가 없다. '비밀의 숲' 이후 내놨던 JTBC '라이프'가 역시 좋은 완성도를 가져왔지만 기대만큼의 호평을 받지는 못했다는 건 이수연 작가에게도 나름의 부담을 줬을 게다. 그렇게 만만찮은 이름값으로 '비밀의 숲' 시즌2가 시작됐다. 그리고 이름값에 걸맞게 첫 회 시청률이 폭발했다. 7.6%(닐슨 코리아)로 시즌1 최고 시청률이었던 6.5%를 가볍게 넘겨 버렸다.
◆'비밀의 숲2'가 검경 대립을 소재로 가져온 까닭
그렇다면 '비밀의 숲2'는 무엇을 소재로 가져왔을까. 시즌1은 황시목(조승우)이라는 감정과 관계에 휘둘리지 않는 냉정한 인물을 통해 검찰 내부에서 벌어지는 권력 대결과 비리 등을 들여다봤다. 시목(始木)이라는 이름이 '시작하는 나무'라는 뜻으로 검찰이라는 '비밀의 숲'의 정체를 밝히는 시작점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던 건 그래서였다.
시즌2는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을 두고 벌이는 대결을 소재로 가져왔다. 통영에서 강원지검으로 갈 예정이던 황시목이 검경협의회에 나갈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되어 대검찰청으로 오게 되고, 한편 경찰청 수사구조혁신단으로 파견 근무 중인 한여진(배두나) 역시 경찰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지목되어 협의회에 들어가게 된다. 결국 검찰 측을 대변하는 황시목과 경찰 측을 대변하는 한여진이 검경협의회 안에서 서로 대결구도를 갖게 되는 상황이지만, 이야기는 그 대결에만 집중하진 않는다. 수사권을 가져가기 위해 서로의 약점을 찾아내려는 검경의 치열한 복마전이 펼쳐지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를 입게 되는 무고한 서민들의 이야기와 제대로 작동되지 않게 되는 사법정의의 문제가 제기된다.
세곡지구대에서 벌어진 한 경찰의 사망사건은 결국 동료 경찰들이 자신들의 비리를 덮기 위해 그를 살해한 사건이었지만 자살로 처리되고, 의구심을 가진 검찰 측과 경찰 측이 서로 이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검찰은 이 사건의 진상을 끄집어냄으로써 경찰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고 그것으로 수사권 협의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 하지만, 경찰은 이 사건을 애써 덮으려 한다. 결국 검경이 세곡지구대 사건에 집중하는 건 그 진실이나 사법 정의의 구현 같은 것이 아니다. 그걸 빌미로 자기 집단의 이익을 추구할 뿐이다.
이 드라마가 흥미로운 건 그 치열한 검경 대결이 벌어지는 전쟁터 속에 황시목과 한여진 같은 '소신'을 지키는 인물들을 세워놨다는 점이다. 이들은 외적으로는 검경을 각각 대표해 대립하는 틀에 서지만 그 대결 속에서 무고한 희생자와 피해자들이 나오고 있고, 밝혀져야 할 비리가 덮이기도 하는 상황을 그냥 내버려둘 수 없는 입장에 처하게 된다. 이들의 반격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즉 '비밀의 숲2'는 지금도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을 두고 현실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의 문제를 다루면서 그 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한 날선 비판의식을 담아내고 있다.

◆다소 복잡한 사건과 대사 중심 전개의 약점
어떻게 취재를 촘촘히 하면 저 정도로 디테일한 이야기들을 풀어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잘 짜여진 드라마지만 바로 그 점은 '비밀의 숲2'가 가진 약점이기도 하다. 물론 최근 장르물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은 몰아보기 등을 통해 시청하며 다소 복잡해도 더 깊은 몰입감을 주는 이야기에 열광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아직까지 장르물이 완전히 익숙하지 않고, 여전히 본방사수로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에게 '비밀의 숲2'가 보여주는 복잡한 사건 전개는 진입장벽이 되기도 한다. 도무지 중간부터 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촘촘한 스토리 때문이다.
또한 '비밀의 숲2'는 액션보다는 대사를 중심으로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면이 있다. 물론 첫 회에서는 통영에서 벌어진 익사 사고 같은 실제 행동들이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사건 전개가 펼쳐졌지만, 그 후로는 사실 인물들 간의 대사가 사건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대사 중심의 드라마는 집중을 요구한다. 한 대사를 놓치면 사건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생겨나고, 또한 검경 간의 대결 속에 등장하는 다소 전문적인 요소들까지 더해지게 되면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다.
드라마는 르포나 보고서와는 다르다. 따라서 보다 직관적으로 인물들의 행동을 통해 사건이 이해될 수 있어야 보다 보편적인 공감대를 가져갈 수 있다. '비밀의 숲2'는 행동보다는 대사가 위주가 되다보니 보다 이성적인 판단을 해가며 드라마를 봐야 하는 난점들이 생긴다. 물론 최근의 시청자들은 그 눈높이가 상당해 이런 드라마들 속에서도 묘미와 재미를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시청자들의 이야기는 아닐 수 있다.
'비밀의 숲2'는 여러모로 시즌1이 열었던 우리 식의 장르물이 좀 더 제 궤도를 찾아가는 데 기여할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진입장벽은 분명히 존재하고 결코 만만히 볼 작품은 아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기대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약점들은 결국 이전 방식의 드라마 시청이 만든 것이지만, 몰아보기 같은 새로운 시청 방식에 오히려 우리를 적응시키는 면이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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