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칼럼]아상에 집착하지 말라

대현스님 칠곡 동명 정암사 주지

대현스님 칠곡 동명 정암사 주지
대현스님 칠곡 동명 정암사 주지

우리는 어릴 때부터 남 앞에서 드러내 뽐내고 자랑하는 것을 당연한 것처럼 하고 살았다.

음식이 많지 않고 귀하던 시절, 자기 집에 제사라도 있는 날이면 떡이라도 갖고 동네에 나가서 아이들에게 자랑하고 나누어 주기도 하고 손님이 와서 맛있는 것을 싸오는 날엔 친구들에게 인기가 그만이었다. 그러면 한층 더 친구들에게 으스대고 큰소리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너는 이 다음 내 말을 안 들으면 떡 하나 안 준다"고 엄포를 놓는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친구에게는 제사가 있는 것이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이러한 마음이 자라서 돈이 생기고 여유가 있어지면 남에게 보이려고 하는 마음이 먼저 일어나서 사정이 그다지 좋지 않아도 우리는 외부에 드러내는 것을 중요시 여겨 명품을 선호하는 시대가 되었다. 신발, 옷, 자동차 할 것 없이 가짜 브랜드라도 붙이고 다니면 남에게 있어 보이기도 하고 무시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가정 형편이 안 되는데도 외제 중고차라도 사서 뽐내야 자신이 부의 대열에 서 있다고 느낀다. 그것은 누가 봐서가 아니라 내 자신의 문제이다.

이것은 우리 마음속에 아상(我相)이라는 것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아상에는 첫째, 내면적으로 일어나는 상(相)과 둘째, 표면으로 보여지는 겉치레의 상이 존재하는데 내면에서 일어나는 상은 자기의 고집, 이념, 아만, 아집, 관념 등등의 생각으로 실체적인 자아가 아닌데 마음에 어떤 모양을 굳게 그려서 만들어 가지고 있는 그릇된 관념을 말한다. 말하자면 나는 윗사람이라서 아랫사람에게 절대 굽히지 못한다. 나는 상사라서… 나는 남자라서… 나는 누구라서… 내가 왜… 내가 어떻게… 이러한 나의 고집의 테두리에 싸여 자아 성취를 위하여 살아가야 하는 인생을 대화와 소통이 안 되게 하며 타인과 대립관계가 되는 안타까운 사람들로 변해간다.

두 번째, 겉으로의 상은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상으로 나는 부잣집 아들인데 저 사람들과는 달라… 나는 서울대를 나왔는데… 내가 옛날에는 직장이 무엇이었는데… 나는 차를 어떤 것을 타고 다니는데와 같은 자기 우월감에 사로잡혀 자기만의 세계에 도취되어 바깥 세계와 담을 쌓고 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어려운 일은 내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여 직장을 쉽게 구하지 못하고 끝내는 방에서 한 달 두 달 아니 1년, 2년 세월없이 밖으로 못 나오는 청년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그뿐인가. 남성들은 퇴직하면 다시 직장 갖기가 힘들어진다. 예전의 직위와 사회적인 위치 때문에 쉽게 내려놓지 못한다. 그것을 버리면 내 생명이 끝나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집착에 빠져 이웃과 친구 심지어 가족까지도 잃어버리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예전의 위치를 빨리 내려놓고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가는 사람은 자기를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모든 것이 즐거워지는데….

아상은 무지의 뿌리이며 사견을 일으키는 토대이다. 나라는 관념과 집착은 나를 중심으로 세계를 해석하면서 대상을 바르게 관찰하지 못하고 오만과 분노, 고통을 초래한다.

내 마음속에 있는 아집이 진실한 나 자신이 아님을 깨달았을 때, 저절로 세상이 보여지고 가까이 있는 사람이 친구도 될 수 있고 모든 이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용기도 생기며, 좋은 인연이 되어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쓸모 없는 고집으로부터 벗어나는 순간 별것 아님에 고마워하고 감사한 마음이 일어나며 주변에 훌륭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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