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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기의 필름통] 전쟁의 참상과 죄책감을 공포물로 치환…영화 '고스트 오브 워'

영화 '고스트 오브 워' 스틸컷
영화 '고스트 오브 워' 스틸컷

'고스트 오브 워'(감독 에릭 브레스)는 유령의 집에 갇힌 군인들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다.

1944년 2차 대전 말 프랑스의 외진 곳. 미군 크리스(브레튼 스웨이츠)와 4명의 부대원은 대저택을 지키라는 명령을 받는다. 한때 독일군 최고 사령부로 사용된 건물. 이들이 도착하자 그동안 이곳을 지키던 미군들은 이상하게도 황급히 떠난다.

의아하게 여기던 이들은 곧 그 이유를 알게 된다. 독일군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된 집 주인 가족의 유령들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저택을 떠나면 죽는다는 메시지를 무시하고, 군장을 챙겨 떠나지만 하루를 꼬박 걸어도 제자리로 돌아온다. 이제 이들은 떠날 수도 없는 저택에 갇혀 유령에 맞서 사투를 벌이게 된다.

2차 대전이 끝날 무렵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쟁은 인간을 비이성적으로 만들만큼 충분히 야만적이고 비인간적이다. 야만이 일상화되고, 희망은 없고, 죄책감만 쌓여가던 것이 영화의 시점이고, 그런 야만이 휩쓸고 간 집에 남겨진 유령의 존재가 이 영화의 공포 대상이다.

'고스트 오브 워'는 '나비효과'(2004)의 에릭 브레스 감독과 '겟 아웃'(2017)의 제작진이 뭉쳐 만든 영화다. 거기에 한국 공포영화 '알포인트'(2004)를 연상시키는 밀리터리 스릴러다.

'나비효과'는 3편까지 속편이 나올 정도로 신선한 설정의 스릴러였고, '겟 아웃' 또한 흑백 인종 차별을 공포 장르로 흡수시킨 색다른 영화였다. 감우성 주연의 '알포인트'도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돌아갈 수 없는 존재가 된 병사들을 소재로 한 한국 공포영화 중 수작으로 꼽히고 있다.

이런 후광과 함께 에릭 브레스 감독이 '나비효과' 이후 16년 만에 연출을 맡았다는 사실은 '고스트 오브 워'에 대한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기대했던 것처럼 '고스트 오브 워'는 귀신 씌인 집을 소재로 한 단순한 하우스 호러가 아니다. 그렇다고 단순한 고스트 호러도 아니고, 밀리터리 호러도 아니다. 복잡한 장르를 지향한다.

영화 '고스트 오브 워' 스틸컷
영화 '고스트 오브 워' 스틸컷

먼저 전쟁의 참상을 공포로 전이시킨다. 초반에 독일군을 유희적으로 사살하는 장면은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전쟁이 얼마나 비인간적인지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독일군이 저지른 끔찍한 만행이 곧 드러난다. 불태우고 목을 매달고, 욕조에 익사시키는 등 그들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은 도를 넘는다.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생기는 이런 비극은 유령의 탄생으로 제격이다. 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하더라도 이들을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은 귀신 씌인 집이란 설정을 더욱 가공할 정도로 키워낸다.

이쯤에서 영화는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전환한다. 갑자기 알람시계가 울리고, 화로에 뭔가 떨어지고, 이상한 모스 부호가 전해진다. '다리가 없다', '진짜가 아니다' 등 알 수 없는 메시지들이 전해진다. 부대원들에게도 이상하고 끔찍한 공포체험이 이어진다.

이때까지 '고스트 오브 워'는 공포 장르의 관습을 충실히 따른다. 퇴마 의식으로 유령의 한을 달래주고 무사히 떠날 수 있을 것 같던 순간, 영화는 전혀 상상할 수 없던 결말로 치달아버린다.

전쟁의 참상은 살아남은 이들에게 죄책감을 안겨준다. '알포인트' 또한 1972년을 배경으로 베트남전에서 겪은 한국 군인들의 죄책감과 후유증을 공포로 끌어낸 것이다. '고스트 오브 워'는 여기에 현실과 무의식의 경계까지 건드린다.

'고스트 오브 워'도 전쟁이 낳은 개인의 상처가 얼마나 참혹한 지를 잘 보여주는 공포영화다. 그로테스크한 설정과 여러 층위를 쌓은 플롯이 색다른 공포영화의 맛을 선사한다.

그렇다면 결말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장르적 관습을 벗어낸 충격적 반전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감독의 욕심이 빚어낸 과잉 연출인지. 관객에 따라 분명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2일 개봉. 94분. 15세 이상 관람가.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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