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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盧 볼 면목 없어진 文

2003년 노무현 대통령과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참석한
2003년 노무현 대통령과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참석한 '검사와의 대화'. 매일신문DB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한 말이다. 문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찾을 수 있을까?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한 과제 중 하나가 검찰 개혁이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 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2003년 3월 '검사와의 대화'에서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란 말을 할 정도로 수모를 감내한 것도 검찰 개혁을 위해서였다. 노 전 대통령이 목표한 검찰 개혁은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중립성 확보였다. 이 토대 위에서 검찰권의 남용을 막는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해 검찰이 국민의 인권과 안전을 지켜주는 조직으로 거듭나게 하는 게 검찰 개혁이었다.

이 시점에서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검찰 개혁이 노 전 대통령이 염원한 검찰 개혁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그들이 하는 검찰 개혁은 노무현이 하려던 그 검찰 개혁이 아니다. 우리가 속은 것이다"고 했다. 대다수 국민이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이 궤도를 이탈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의 검찰 인사가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 목표가 무엇인가를 또 한번 명확히 보여줬다. 정권 비리를 수사하던 검사들은 지방으로 좌천되거나 교체됐다. 반면 정권 편을 든 검사들은 대거 영전됐다. 독직폭행을 저질러 피의자가 된 검사를 정권에 충성한다는 이유로 승진시킨 것은 국민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공정한 칼'이 아닌 정권의 충견이 되라고 검찰에 명령한 것과 마찬가지다. 조국·추미애 같은 흠결투성이 인사들을 검찰 개혁 선봉장으로 내세운 것부터 잘못됐다. 검찰 개혁이 좌초한 책임은 문 대통령에게 있다.

노 전 대통령의 '검사와의 대화' 당시 민정수석으로 배석했던 문 대통령은 2011년 펴낸 책 '문재인의 운명'에서 검사들의 태도를 꼬집었다.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 오죽했으면 '검사스럽다'는 말까지 나왔을까"라고 비판했다.

거꾸로 가는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을 보는 국민도 '목불인견' 심정이다. 노 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라고 일갈할지도 모를 일이다. 검찰 개혁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을 볼 면목이 없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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