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는 끝났다”더니…일상화된 ‘집콕’에 날개 단 TV시장

“TV라도 크게 보자”…홈시네마용 대형TV 인기
삼성전자·LG전자 하반기 글로벌 TV출하량 상반기보다 54% ↑
1억2천만원 프리미엄 TV 등장, 대형마트는 중저가 TV라인업 확대

TV 자료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TV 자료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스마트폰 보급 확대와 OTT(인터넷 기반 동영상 서비스)의 급부상, 태블릿 PC 등 개인용 영상기기 득세 등으로 한 때 '몰락' 얘기까지 나왔던 TV시장이 코로나19 국면에서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집콕'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시간을 보내기 좋은 도구로 TV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답답한 마음을 시원한 TV 화면으로라도 풀자"는 심리로 인해 대형TV 수요가 크게 늘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글로벌 제조업체는 하반기 TV 생산량을 늘리고 프리미엄 제품 확대에 주력하는가 하면, 이마트 등 대형마트는 중저가 자체 브랜드(PB) TV라인업을 확대하며 차별화에 나섰다.

지난달 26일 서울 양천구 현대백화점 목동점 지하 1층
지난달 26일 서울 양천구 현대백화점 목동점 지하 1층 'LG 프리미엄샵'에서 직원들이 백화점업계 처음으로 선보이는 'LG 시그니처 롤러블 TV'를 소개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코로나19 뚫고 '쑥'…활짝 웃은 TV시장

초등학생 두 아이를 키우는 주부 A(30·대구 동구) 씨는 최근 재유행하는 코로나19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다시금 많아졌다. 스스로 '코로나 블루'가 아닌지 의심하던 A씨는 무엇이라도 탈출구를 마련해보자는 생각에 TV를 바꿨다.

A씨는 "잠시 육아에서 해방될 때 영화를 보는 게 낙"이라며 "안방 TV가 25인치였는데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어 큰 마음을 먹고 65인치로 바꿨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영향에다 긴 장마까지 겹쳐 TV 매출은 크게 늘었다.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1월 1일~8월 20일) TV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9% 늘었다. 같은 기간 초대형으로 분류되는 75인치(대각선 길이 189㎝) TV 매출은 90%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12% 수준이었던 75인치 TV 매출 비중이 올해는 2배 뛰어 24%를 기록했다.

특히 코로나19 재유행이 시작됐던 지난달에는 75인치 TV 매출이 크게 늘어 기존 1위인 65인치 TV 매출에 근접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시국에서 TV의 인기는 온라인 판매 확대에서도 증명된다.

KB증권과 전자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온라인 TV 판매 비중은 올해 상반기 20%에서 하반기 30%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0%에 불과했던 온라인 판매 비중이 1년 사이에 3배 이상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1, 2위를 기록하며 위세를 떨쳤다.

삼성전자는 지난 상반기 세계 TV시장에서 31.1%의 점유율(금액 기준)을 차지하며 1위를 지켰다. 특히 75인치 TV에서 2분기 기준 50%를 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LG전자도 상반기 점유율 17%를 나타내며 삼성에 이어 TV 판매 세계 2위 자리를 지켰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감염병 사태가 길어지면서 TV가 실내 여가생활 필수품으로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며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서도 대형TV가 인기를 끌면서 국내업체의 하반기 글로벌 전망도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2일 뛰어난 화질과 스마트 기능을 갖춘 가정용 프로젝터
삼성전자가 지난 2일 뛰어난 화질과 스마트 기능을 갖춘 가정용 프로젝터 '더 프리미어'를 전격 공개했다. 사진은 삼성전자 홈 시네마 프로젝터 '더 프리미어' 제품 연출 컷.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1억원대 프리미엄 TV' VS '38만원 중저가 TV'

코로나19와 함께 살아야 하는 '위드 코로나' 시대가 임박하면서 앞으로도 TV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는 고급화, 가성비 등 저마다의 전략으로 TV 라인업을 확대하고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이르면 이달 말 출시 가격이 1억원대에 달하는 'LG 시그니처 롤러블 TV'를 출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월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처음 공개된 롤러블 TV는 돌돌 마는 방식의 혁신기술이 적용된 제품으로 올레드 TV 기준 역대 최고가가 책정됐다. 평소에는 화면이 말려 본체인 스피커 안에 있다가 전원을 누르면 최대 65인치 화면이 펼쳐지는 프리미엄 TV로 업계와 소비자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일 진행된 온라인 컨퍼런스에서 4K 고화질과 100인치 이상의 초대형 화면을 자랑하는 프리미엄 프로젝터 '더 프리미어'를 공개했다. 유럽 시장에 진출할 해당 제품은 코로나19로 높아진 홈시네마 수요를 집중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서는 하반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글로벌 TV 출하량이 상반기 대비 54% 급증한 4천3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가 예상한 하반기 글로벌 TV 출하량 1억1천400만대의 38%에 달하는 수치다.

대형마트도 중저가 PB TV 구성을 확대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마트는 최근 일렉트로맨 TV 6번째 모델인 '일렉트로맨 50인치 UHD TV'를 출시하고 3천대 한정 37만9천원에 판매하고 있다. 유사 성능을 지닌 시중 상품 대비 40%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 선택을 기다린다. 가격은 낮추되 필수적인 기능은 꼼꼼히 챙긴다는 판매 전략으로 늘어난 TV 수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강지은 이마트 가전담당 바이어는 "이마트의 오랜 가전상품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우수한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을 자랑하는 자체브랜드 TV를 추가로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렉트로맨 50인치 TV. 이마트 제공
일렉트로맨 50인치 TV. 이마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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