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유인원이 어떻게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는지를 살펴보면서 인류의 '과거'를 개관한 〈사피엔스〉, 어떻게 인간이 결국에는 신이 될 수 있을지를 추측하며 생명의 장기적인 '미래'를 탐색한 〈호모데우스〉에 이어 이 책은 여러 위기에 직면한 인류의 '현재' 문제에 주목하고 있어 인류 3부작의 완결판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 교수이며 현재 가장 핫한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다.
21가지 테마를 5부로 구성하였다. 1부에서는 환멸, 일, 자유, 평등을 통해 우리가 직면한 기술적 도전들을 개관하고, 2부에서는 공동체, 문명, 민족주의, 종교, 이민을 통해 정치적 도전들을 개관한다. 3부는 테러리즘, 전쟁, 겸허, 신, 세속주의를 다루어 인류의 절망과 희망을 보게 하고, 4부에서는 무지, 정의, 탈진실, 공상과학 소설을 통해 탈진실의 개념을 살펴본다. 마지막 5부에서는 교육, 의미, 명상을 통해 혼돈의 시대에 처한 우리의 삶을 살펴보면서 불확실하고 복잡한 세계의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더 많은 사람이 우리 종의 미래에 대한 토론에 참여할 힘을 얻는다면 내 소임을 다한 것이며, 나 같은 역사학자가 할 일이란 경고음을 내고 치명적인 잘못을 유발할 모든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라고 밝힌 것처럼 다양한 현실적인 문제를 제시한다.
우선 지난 수십 년간 세계를 지배했던 자유민주주의가 고장났다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는 공산주의, 파시즘과의 체제 경쟁에서 이긴 뒤 인류에게 평화와 번영을 약속하는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졌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모순과 한계가 드러나면서 신뢰가 추락했다. 또한 정보기술과 생명기술의 혁명이 많은 사람들을 고용시장에서 밀어내고 자유와 평등까지 위협해 삶의 기본구조마저 바꿔놓을 것으로 전망한다. 기술혁명이 모든 부와 권력을 극소수 엘리트에게 집중시키고 대다수를 쓸모없는 계급으로 전락시켜 인류를 전례 없는 불평등 사회로 이끌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권위주의 정부가 시민들에게 절대적 통제권을 행사하는 디지털 독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인간의 권위가 빅데이터 알고리즘으로 넘어가고 권위주의 정부가 이를 이용해 시민들을 통제하는 디지털 독재의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생명기술과 정보기술이 융합하는 시대에 민주주의는 지금의 형태로는 살아남을 수 없고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를 극복할 것인가? 저자가 던지는 해법이 흥미롭다. 외부에서 구하지 않고 나에게서 찾는다. 사실 21개의 개별 테마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으면 관련 서적을 읽는 것이 나을 만큼 대부분 익히 접한 내용들이다. 그러나 마지막 20, 21장인 의미와 명상에서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은 허구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내가 어떤 존재이며 어떤 존재가 될 것인지 자문해야 한다고 하며 그 방법으로 '명상'을 제시한다. 다소 싱거울 수 있지만 저자의 통찰력이 돋보이는 결말이다.
부록으로 '한국 독자를 위한 7문7답'을 수록하여 독자들이 저자의 책을 읽으면서 갖는 의문에 대한 개괄적인 답변을 덧붙였다.
화려한 역사적 서사 대신 현실적이면서 철학적인 테마를 다루어 전작에 비해 흥미가 덜할 수도 있으나 현재를 살아가는 인류가 한 번쯤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고, 단순명료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고 독자 스스로 생각해 보도록 자극하기 때문에 하나씩 곱씹으며 읽기를 권한다.
김광웅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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