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를 기획하다 보면 신진작가를 비롯해 청년작가, 중견작가, 원로작가 등 다양한 연령대의 작가들을 만나게 된다. 그중 신진작가는 자신만의 확고한 작품세계가 정립된 중견작가나 원로작가에 비해 보다 실험적인 작업을 시도한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서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길인지 확신이 들지 않듯이 신진작가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최근 만난 신진작가들에게서 전시 활동에 대한 불안정한 미래와 작업에 대한 확신이 결여된 모습이 비쳤다.
한 신진 작가는 화랑과 전속 계약을 맺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작업에 대한 확신이 다소 부족했다. 화랑 측이 작품 창작활동에 깊이 관여하였던 탓에 작가는 작가로서의 정체성과 작업에 대한 자신감을 잃은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화랑은 신진 작가들의 역량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게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작가에게는 필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겸비한 신진작가의 오래달리기는 앞으로의 중견작가는 물론 원로작가에까지 이르게 된다.
지난 전시에서 한 청년작가가 전시장 벽면에 테이핑 작업을 선보인 적이 있었다. 이 작가는 필자에게 오래전부터 이러한 작업을 선보이고 싶었으나 일반 상업화랑에서는 그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일시적으로 보여주고 사라지는 작품이 아닌 영구적으로 소장할 만한 작품을 선호한 경우일 것이다. 마침내 꿈꿨던 작업 세계를 보여준 작가는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그 전시는 작가에게 작업 활동의 토대를 마련해 준 계기가 되었고, 관람객에게는 일회성 전시의 흥미로움을 선사하는 등 기획자로서도 만족스러운 전시 결과였다.
필자는 신진작가들이 작품 창작활동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 화백도 처음부터 세계적인 반열에 오른 것은 아니다. 수많은 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하였던 것을 시작으로 화단에 입단하였고, 전시장의 문을 직접 두드리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입지를 차근차근 단단하게 굳혀간 것이다. 그 결과 김환기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미술가로 거듭났다. 신진작가 김환기가 오래달리기에서 보여준 예술가적 기질과 의지 그리고 불굴의 도전정신이 이러한 결과를 만든 것이다.
최근 만난 중견작가에게서 신진작가 시절의 에피소드를 들었다. 그가 대학생이던 시절, 어느 화랑에서는 대학생 졸업 전시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화랑 문을 향한 끊임없는 두드림과 작업에 대한 결과물로 결국 전시의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오늘날 활발한 전시 활동과 풍부한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중견작가, 원로작가들도 신진작가의 과정이 필수였다. 그들의 끊임없는 발전과 불굴의 도전정신이 있었기에 작가로서의 입지가 단단히 다져진 것이다. 신진작가들도 그러한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빛을 발하는 중견작가, 풍부한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원로작가에까지 이를 것이다. 지금 오래달리기 중인 신진작가들을 응원하고 격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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