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이인영 장관의 ‘한미 평화동맹’ 주장, 북한·중국 대변하나

이인영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한미동맹을 "냉전 동맹"이라고 한 데 대해 미 국무부가 정면으로 반박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5일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가 "우리의 동맹과 우정은 안보 협력을 넘어선다"며 "정치, 에너지, 과학, 보건, 여권 신장을 비롯해 지역과 국제적 사안 전반에 걸친 협력을 포함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한미동맹은 1953년 체결한 한미 상호방위조약 범주를 뛰어넘는 훨씬 깊은 관계라는 것이다.

이에 앞서 이 장관은 2일 진보 성향 개신교 연합단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찾아 "북미 관계는 북미 관계대로 풀더라도 남북 관계는 남북 관계대로 풀어야 한다"며 "한미 관계가 어느 시점에는 군사동맹과 냉전동맹을 탈피해 평화동맹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미동맹이 한반도에서 냉전을 온존시키고 있다는 소리다. 좌파들의 전형적 시각이다. 한반도에서 냉전이 계속되고 있다면 그것은 한반도 적화(赤化)라는 꿈에서 깨지 못한 채 끊임없이 군사적 긴장을 조장하는 북한이 유발한 것이다. 한미동맹에 '냉전동맹' 딱지를 붙이는 것은 이런 사실을 호도하고 한반도 냉전의 책임이 한미동맹에 있는 것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라고 할 수밖에 없다.

평화동맹이란 말도 공허하기 짝이 없다. 이 장관이 '평화동맹'의 구체적인 의미를 밝히지 않아 짐작할 수밖에 없는데 아마도 군사동맹에 기반하지 않은 협력 관계를 말하는 것 같다. 이는 동맹이 아니다. 군사동맹이 없는 동맹은 허구(虛構)이다. 동서고금에 그런 동맹은 없었다.

이 장관이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렇다면 '평화동맹'이란 말에는 주한미군 철수라는 의미가 숨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주한미군 철수는 곧 한미동맹의 와해다. 이는 북한과 중국이 노리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일관되게 '한미 군사동맹은 냉전시대의 유물'이라고 주장한다. 그 숨은 의도는 주한미군 철수일 것이다. 이 장관이 북한·중국의 대변인이라도 되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