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자유한국당(이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후 최근 정치권에서 존재감이 '뚝' 떨어진 김병준 국민의힘 세종특별자치시당 위원장(전 故(고) 노무현 대통령 정책실장)이 요즘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文(문재인 대통령)·DJ(김대중 전 대통령)·盧(노무현 전 대통령) 정권을 비교하는 글을 연재해 관심을 얻고 있다.
김병준 위원장은 한국당 비대위원장 당시인 2018년 7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감옥에 가 있는 것을 두고 "두 분만의 잘못이라고 보면 안 된다. 그 대통령을 만든 사람은 우리(국민)고, 좁게 보면 자유한국당"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때는 2명의 전직 대통령에 대해 두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의 비대위원장 입장에서 언급하며 화제가 됐는데, 이번에는 상대 정당이 배출한 3명의 전·현직 대통령을 언급하며 시선을 끄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권이 말기에 접어들면서 비판 여론도 커진 가운데 이런 분위기를 노리는 전략도 있어 보인다.

▶김병준 위원장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첫번째 글을 올렸다. 그는 "지금의 참담한 현실과 미래 대안에 관한 일련의 글을 쓸 계획이다. 결국 우리 사이의 담론 수준이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한다. 같이 생각하고 고민했으면 한다. 아래의 글은 그 첫 글로 일종의 머리글"이라며 '한 줌도 안 되는 세력'이라는 제목의 글을 공개했다.
김병준 위원장은 인류 역사 속에서 자유를 향한 흐름은 멈추지 않는다며 반자유주의 정부는 끊임없이 무너져왔고 또 무너질 것이라고 글 초반을 다진 후 "문재인 정부는 반자유주의 정부"라고 규정했다.
그 이유로 김병준 위원장은 "잘못된 이념에 집착해 자신들만이 옳다고 생각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무엇을 위해서는 그 어떤 수단도 정당화된다고 생각한다. 자연히 국가 운영의 기본은 자유와 자율 그리고 이에 기반한 협상과 타협이 아니라, 선전과 선동 그리고 권력 장악을 통해 인간과 사회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조하는데 있다고 본다"며 "전체주의적이고 국가주의적인 성향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를 향한 '전체주의'라는 표현은 최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두루 언급한 바 있다.
이어 김병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를 두고 "노무현 정부와도 크게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김병준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가 국정원과 검찰 등의 권력기구를 약화시키거나 객관화하려 노력한 반면, 문재인 정부는 오히려 이를 장악하고 수단화하려 한다. 노무현 정부가 분권과 자율, 그리고 그에 입각한 합의를 존중한 반면, 문재인 정부는 집권과 타율, 즉 규제와 통제를 통해 자신들의 저급한 이념을 추구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례로 노무현 정부는 터널 하나를 뚫는데도 반대하는 스님(천성산 터널 건설 추진 당시 반대해 단식한 지율 스님)을 설득하고, 대통령이 조계종 종정(사패산 터널 건설 추진 당시 경남 합천 해인사에 머물던 법전 종정 스님)을 찾아가 큰 절을 드렸다"며 "그런데 이 정부는 어떤가. 의대정원 문제만 해도 밀어붙이기부터 했다. 그러고도 전공의들이 협의에 나서지 않아 일이 꼬인 것처럼 선전하며 처벌의 칼을 꺼내고 있다. 스타일의 차이가 아니다. 전체주의와 국가주의 정부로서의 본질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병준 위원장은 앞서 글 초반에서 밝힌 '자유권의 확대를 향한 역사의 흐름'을 언급하면서 "(그 속에서)이들은 한 줌 세력도 안 된다. 앞장 서 망나니 칼춤을 추는 자들과 어쩔 수 없이 따라가고 있는 자들을 다 합쳐봐야 그렇다. 결국은 역사의 한 쪽 귀퉁이에, 일순간 존재했던 '일탈'이나 '반동' 정도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현재 문재인 정권이 후반기에 접어들었음을 가리키며 "그나마 권력은 이제 내리막길, 여당조차 대선체제로 전환이 될 것이고, 대선후보들은 어쩔 수 없이 여론의 눈치를 보게 될 것이다. 가을이 깊으면 오동잎은 떨어지는 법, 계절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한 줌의 세력이었을 뿐임을 스스로 알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병준 위원장은 자신이 쓴 글의 골자임을 강조하는듯 "그러나 한 가지, 이 한 줌도 안 되는 세력이 어떻게 힘을 얻었는가를 알아야 한다. 자유주의 세력의 무능과 타락, 그것이 문제였다. 자유주의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스스로 짓밟고, 일자리와 소득 등에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 안전망 계획 하나 내어 놓지 못하는 사이, 이들 반역사적, 몰역사적 세력이 고개를 들었다. 자유주의 세력의 무능과 타락이 이들 세력의 숙주가 됐다"고 했다.
이어 "숙주가 죽어야 이들의 '일탈'과 '반동'도 사라진다"며 다음 두번째 글에서 내용이 이어질 것임을 안내했다.

▶닷새 뒤인 7일 김병준 위원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두번째 글을 올렸다. '한줌의 세력, 이들을 지지하는 분들께'라는 제목이다.
김병준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말기에 걱정이 컸다. 지난 번 글에서 이야기한 '한줌도 안 되는' 반자유주의 세력이 집권을 하게 돼 있었기 때문"이라며 당시 이미 이번 정권의 문제를 예상했다는 뉘앙스를 보였다.
그는 "이들은 어떤 세력이었을까.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김대중의 철학을 따르는 세력도, 노무현의 철학을 따르는 세력도 아니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정책을 주도하는 위치에 서지 못했던 정서적 좌파들과, 시민운동과 노동운동 등을 하며 세상 뒤집을 기회를 노리던 좌파 이념세력이었다"고 규정했다.
김병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포함된 세력을 어떻게 비노무현 세력이라 할 수 있느냐' 할 수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을 넘어 오래된 동지로 잘 알려져 있다.
이어 김병준 위원장은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렇다. 국정은 정책의 연속이라 할 수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만 해도 당시 정책라인에 있지 않았다. 또한 한미 FTA, 제주 해군기지, 서비스 산업 육성 등, 노무현 정부의 주요 정책들을 반대했다. 뿐만 아니다. 참여연대 등 노무현 정부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집단들과 늘 가까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병준 위원장은 "어쨌든 이들에게 있어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은 다시 없는 기회였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원망하지 마라' 했지만 그 유언은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사진을 높이 들고 분노를 자극했고, '백만민란' 등의 대중조직을 만들며 힘을 모았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민주당의 주류를 덜어내며 그 당의 주인이 되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무능에 올라타 집권했다"고 근거를 들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이들은 자신들의 정체를 숨겼다. 반자유주의자로서의 모습과 전체주의자와 국가주의자로서의 모습을 두 대통령의 사진으로 가렸다. 온갖 퍼포먼스로 정책적 무능을 가렸으며, 팬덤정치와 '적폐청산' 구호로 부도덕함을 가렸다. 부담되는 구주류 인사들을 잘라낼 때에는 비대위 같은 것을 만들어 자신들이 행하는 칼질을 가리기도 했다. 위장과 속임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이어 김병준 위원장은 문재인 정권이 집권하는 과정 속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답답했다. 그래서 말과 글로 외쳤다. 또 정치 일선에서 싸우기도 했다. '이들은 친노도 아니다' '국가주의와 전체주의 망령이 살아나고 있다' '이들은 민주 자유 정의 공정의 이름으로 민주 자유 정의 공정을 죽일 것이다' 그러나 무슨 소용이 있었겠나. 시간은 그저 그렇게 흘러왔다"고 밝혔다.

김병준 위원장은 "그러나 언제까지 그럴 수 있겠나"라며 "이들의 일그러진 모습이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다. 좀 늦긴 하지만, 한 때 이들과 같이 했던 사람들까지 나서서 이들에 의한 자유권 제약과 민주주의 파괴를 지적하고 있다. 정책적 무능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고 지적하면서 "이들과 함께 하는 분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분들에게 감히 말씀드린다"고 현 정부 및 더불어민주당 등 여당 지지자들을 의식한듯 글을 이어나갔다.
그는 "가림막 뒤 이들의 본 모습을 봐 주셨으면 한다.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만 해도 자유와 민주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있었다. '연정'을 하고 '대연정'을 제안할 정도로 상대를 인정하기도 했다. 이들에게 이런 모습이 보이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지난 번 글(첫번째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들은 성공할 수 없다. 자유권 확대를 향해 흐르는 역사 속에서 이들은 일순간의 일탈과 반동으로 기록될 '한줌 세력'이다. 이들과 함께 반역사의 공범이 될 이유는 없다"며 "다른 세력이나 다른 당을 지지하라는 말이 아니다. 이들을 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잡아줬으면 해서 하는 말이다. 그리고 다음 정부는 자유와 민주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주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뜻"이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김병준 위원장은 이 글에서 언급한 3명의 전·현직 대통령 가운데 2명과 가까이서 일한 인물이다. 그가 쓴 페이스북 글 바탕의 밀도를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우선 (익히 알려진)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책실장을 지낸 것만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끈 참여정부의 임기 전 및 5년 임기(2003년 2월~2008년 2월) 내내 함께한 이력이 눈길을 끈다. 그는 2002년 5월부터 새천년민주당 노무현대통령후보 정책자문단 단장으로 일한 것을 시작으로, 2002년 12월~2003년 2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분과위원회 간사위원을, 2003년 4월~2004년 6월 대통령자문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을 잇따라 맡았다.
이어 약 2년 간 대통령 정책실장을 지낸 데 이어 2006년 7~8월 잠시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겸 부총리를, 2006년 10월부터 대통령 임기 끝까지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 등을 맡아 일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03년 2월부터 마찬가지로 대통령 임기 끝까지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 등을 지냈다. 이 기간 김병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 즉 당시 '수석 또는 실장'이 계속 조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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