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8일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거취와 관련해 "만일 문재인 대통령이 연임시킨다면 이것은 공정과 정의에 대한 사망선고"라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권 위원장이 관례를 깨고 대법관 퇴임 후 선관위원장 직을 유지하기 위해 로비를 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를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앙선관위원장이 지켜야할 가장 중요한 일은 정치적인 중립을 지키는 일"이라며 "그래야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당이 심판의 거취마저 이런 식으로 처리한다면 선거는 반칙이 판을 쳐도 심판은 보이지 않는, 해보나 마나 한 경기가 될 것"이라며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를 뿌리채 흔드는 반민주적인 처사"라고 했다.
안 대표는 또 권 위원장을 향해 "이미 얻을 것 얻고 오를 데까지 오른 성공한 인생이지 않은가"라며 "더는 추한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안 대표가 남긴 페이스북 전문이다.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께>
축구에서 심판이 일방적으로 상대팀에게 유리한 편파판정을 할 때, 우리는 이런 심판을 '상대편 12번째 선수'라고 합니다.
권순일 중앙선관위원장이 딱 그렇습니다.
중앙선관위원장이 지켜야할 가장 중요한 일은 정치적인 중립을 지키는 일입니다.
그래야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권위원장은 총선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현금살포에 버금가는 노골적인 금권선거 지시를 했을 때 경고 한마디 하지 않는 등 여러 번에 걸쳐 정부 편을 들었습니다.
그런 권위원장이 이제는 그간의 관례를 깨고 대법관 퇴임 후에도 선관위원장을 계속하겠다고 합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에 잘 어울리는 선관위원장입니다.
그 동안 선관위의 정치적 중립이 그나마 가능했던 것은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을 겸임했기 때문입니다.
대법관에게 선관위원장이라는 영예를 더해 주는 것은 개인적인 영달을 추구하라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선거라는 헌법 가치의 수호자가 되라는 뜻입니다.
삼권분립 하에서 행정부와 입법부로부터 자유로운 사법부의 대법관이라면, 어느 편에도 치우침 없이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대법관 임기가 끝난 후에도 선관위원장을 계속한다면 더 이상 행정부와 입법부의 영향에서 자유롭기 힘들기 때문에, 심지어 군사정권하에서도 대법관 임기가 끝나면 선관위원장도 그만 두는 관례가 자리 잡은 것입니다.
그러나 보도에 따르면 대법관에서 물러난 자연인 권순일은 선관위원장을 계속하기 위해서 연임 로비를 하며 다녔다고 합니다.
이런 사람이 직을 유지한다면 공정하게 선거를 관리할 거라고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캠프 특보를 선관위 상임위원에 임명함으로써 선관위의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했습니다.
그런데 만일 문 대통령이 권위원장을 연임시킨다면, 이것은 공정과 정의에 대한 사망 선고이자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를 뿌리째 흔드는 반민주적인 처사가 될 것입니다.
선거법 패스트트랙 강행으로 이미 게임의 룰을 바꾼 여당이, 심판의 거취마저 이런 식으로 처리한다면 선거는 반칙이 판을 쳐도 심판은 보이지 않는, 해보나 마나 한 경기가 될 것입니다.
판관 포청천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뻔히 보이는 반칙에는 휘슬을 불 수 있는, 최소한의 양심과 도덕성을 갖춘 선관위원장을 바라는 게 그렇게 큰 욕심입니까.
권순일 위원장은 선배 위원장들이 떳떳하게 지켜왔던 자랑스러운 전통을 이어가야 합니다.
국가 의전서열 5위에 걸맞는 아름답고 당당한 뒷모습을 보여 주길 기대합니다.
이미 얻을 것 얻고 오를 데까지 오른 성공한 인생이지 않습니까?
무엇을 더 바라서 추한 모습을 보이려 하십니까?
더 이상 추한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