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씩이나 배를 놓친 후에야 겨우 우리 가족도 배에 오를 수 있었다…배가 막 떠나려 할 때쯤이었다. 갑자기 어머니가 어지러워 안 되겠다며 도로 내리라는 것이었다…우리는 하는 수 없이 다시 걸어 나와야 했다…사람들의 아우성 소리가 들려왔다…배가 강 한가운데서 뒤집혀 버린 것이다…그날 알 수 없는 어머니의 불길한 그 예감이 우리를 살렸던 것이다…."(김대원)
"쥐가 우글거리던 1970년 12월 중순…제주와 부산을 운항하는 정기여객선 남영호 침몰 사고가 있었다…목숨을 잃은 희생자가 320여 명이나 되었다…옆집 아저씨는 쥐가 선체 밖으로 나오는 걸 이상히 여기고 승선하지 않았다고 한다…이야기는…소문으로 나돌았다…아버지는 쥐 덕분에 살아난 아저씨 이야기를 하면서, 어른들의 충고를 가슴에 새겨두라고 했다…."(이정자)
월간지 '수필과 비평' 9월 호에 실린 글인데, 공교롭게 일부 서로 통한다. 앞은 6·25 피난 때 어머니의 불길한 느낌에 겨우 탄 배에서 내려 목숨을 건진 기억이다. 뒤는 꼭 50년 전 326명이 숨진 남영호 침몰 때, 승선 전 쥐가 배에서 나오자 이상히 여겨 타지 않아 살았다는 한 제주도민의 소문을 옮긴 글이다.
흔히 역사 기록에 이런 사례의 이야기가 전한다. 주로 나라와 큰 인물의 앞날에 일어날 일에 대한 전조(前兆)로 기록돼 있다. 특히 이런 현상은 신이(神異)한 내용이나 경험의 형태를 띠는 데다 뒷날 결과를 두고 맞춘 듯한 탓에 전적인 신뢰는 어려워 비과학적이고 터무니없다고 낮춰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세상에 사람이 알 수 없는 현상은 수두룩하다. 뭇 사회·자연 재난이 그렇지만 간혹 미리 경계할 어떤 낌새도 없지 않다. 사람이 남다른 감각의 동물과 변덕의 자연현상, 되풀이되는 사건과 사고를 유심히 살피는 까닭이다. 이는 한 번뿐인 이승의 삶을 헛되이 마무리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니 마땅하다.
그런데 재발된 코로나19 속 요즘 겪는 일상이 심상치 않다. 비는 나라 곳간의 살림과 나빠지는 경제지표 숫자, 국민을 패로 짜 끼리끼리 벽에 가두는 정치 습성, 고위 관료와 권력층의 불탈법적 시비의 내로남불 경쟁…. 마음 붙일 곳 잃은 사람들. 이들 또한 뒷날 펼쳐질 나라 운명의 어떤 조짐일까. 두렵고도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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