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求職'(구직)이라고 쓴 종이를 걸고 건물 벽에 기대선 젊은이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모자를 눌러쓴 그는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넣었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구직자의 고단한 삶이 흠뻑 드러나 있다. 그 뒤로 말끔한 양복을 입고 악수하는 사람들과 미장원 간판이 청년의 처량한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사진가 임응식이 1953년 서울 미도파백화점 앞에서 찍은 것으로 6·25전쟁이 끝난 뒤 폐허가 된 우리나라 사회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대구 아트스페이스 루모스는 이달 초부터 '임응식 사진전-부산에서 서울로'전을 열고 있다.
고 임응식(1912~2001)은 우리나라 1세대 사진가이자 리얼리즘 사진의 선구자로 1931년 부산체신리원양성소를 수료한 후 일본인 중심 사진동호회에 가입하면서 작품 활동을 했다. 향토적 서정을 담은 일본풍 살롱 사진에 젖어 있던 그는 한국전쟁 당시 종군사진작가로 참전하면서 다큐멘터리 작가로 돌아섰다.
이번 전시는 임응식이 부산에서 활동하던 시기인 1946년부터 서울에 정착하는 1960년 이전까지의 작품 50여 점을 선보이며 전시에 맞춰 SPACE22과 이안북스가 공동 기획, 출판한 사진집 '부산에서 서울로'도 만나볼 수 있다.
임응식은 1953년 국내 사진가로는 처음으로 서울대 미대에서 사진강좌를 맡았고 1974~1978년 중앙대 사진과 교수를 역임했다. 또 198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연 최초의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전시는 10월 18일(일)까지. 문의 010-9995-9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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