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찰청, '디지털 교도소' 추적 나섰다

신상공개 잇단 폐해 수사 박차…성범죄자라던 교수, 허위 판명
한 대학생 억울함 호소하다 죽음에 이르기도
경찰, 인터폴 통한 국제 공조 요청 나서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 화면 캡처

성범죄자 등의 신상정보를 임의로 공개하는 사이트인 '디지털교도소'에 억울한 개인정보 노출을 호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대구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운영자 추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디지털교도소는 악성 범죄자에 대한 국가의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끼고, 이들의 신상을 직접 공개해 사회적인 심판을 받게 하겠다는 취지로 운영되는 사이트다. 그러나 수사·사법기관이 아닌 민간이 자의적으로 판단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공존해왔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성범죄자라는 명목으로 사이트에 신상이 올라온 채정호(59) 가톨릭대 의대 교수가 피해 당사자다. 지난 6월 말 디지털교도소에 채 교수로 추정되는 인물의 성착취 동영상 구매 시도 텔레그램 대화 캡처 내용과 채 교수의 신상, 휴대폰 번호 등이 게시된 것이다. 그러나 대구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채 교수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결과 모두 허위로 판명났다.

지난 3일 서울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A(20) 씨도 마찬가지. 지인을 능욕하러 음란물을 공유했다는 의혹으로 디지털교도소에 신상정보가 게시된 A씨는 숨지기 직전까지 억울함을 호소했다.

당시 A씨는 커뮤니티사이트 등에 "사이트에 올라온 모든 범행 사실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며 자신의 무고를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디지털교도소 운영자와 온라인상에서 공방을 벌이기도 했지만 결국 억울함을 풀지는 못했다.

억울함 호소하는 이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비판 여론도 만만찮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해 디지털교도소를 두고 "문명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문제의 사이트들을 빨리 찾아서 접속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디지털교도소의 폐해가 잇따르자 경찰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디지털교도소 운영자를 수사 중인 경찰은 최근 인터폴을 통한 국제 공조 요청에 나섰다.

대구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일부 운영자의 소재지를 추정했고 해당 국가에 공조 요청을 보냈다. 수사 중인 사안이라 어떤 국가인지 말해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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