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개천절 집회에 공권력 주저 없이 행사하겠다니, 국민 겁박하나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다음 달 3일로 예고된 개천절 집회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공권력을 주저 없이 행사하겠다"고 했다. 그야말로 개탄스러운 국민 겁박이다. 주저 없이 공권력을 행사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집회 참가자들을 모조리 잡아들이기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국가권력의 원천인 국민을 정치적으로 정부에 반대한다고 이렇게 협박해도 되나. 정부에 반대하는 국민은 국민이 아닌가?

개천절 집회는 문재인 정부의 일방통행식 폭정에 항의하고 시정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다. 하지만 정 총리는 "방역을 방해하고 공동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로 몰았다. 집회 참가를 예정하고 있는 국민에 대한 있을 수 없는 모함이요 모독이다.

이는 8·15 집회가 코로나 재확산의 주범이라는 정부의 '정치 방역' 선동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8·15 집회가 코로나를 재확산시켰으니 개천절 집회도 마찬가지라는 소리로 들린다. '팩트'부터 틀렸다. 이미 김우주 고려대 교수 등 방역 전문가들이 누누이 강조했듯이 코로나 재확산은 내수 진작을 위한 정부의 방역 이완 조치 때문에 8·15 집회 이전에 이미 감염이 확산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럼에도 문 정부는 코로나 재확산이 8·15 집회 때문이라며 특정 종교 단체를 '음모의 주모자'로 몰았다. 몰염치한 책임 전가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에 뇌동(雷同)한다. 국회 연설에서 8·15 집회와 개천절 집회를 싸잡아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불법행동"이라 매도하고 "법에 따라 응징하고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적 반대자를 처단해야 할 적으로 보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극언(極言)이다.

대규모 집회로 코로나가 재확산할 가능성은 물론 높다. 그게 걱정이 된다면 정 총리나 이 대표는 정치적 의사 표시는 다음 기회로 미뤄 달라고 간곡히 호소하는 것에서 멈춰야 한다. 그렇지 않고 공권력을 주저 없이 행사하겠다느니, 응징하고 차단해야 한다느니 겁박하는 것은 국가권력의 주인인 국민을 봉건시대의 신민(臣民)으로 여기는 오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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