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태풍에 구조적 취약성 드러낸 원전, 재발 방지책 세워라

제9호 태풍 마이삭이 부산에 상륙한 지난 3일 오전 부산 기장군 고리 원전 3호기와 4호기가 가동을 멈췄다. 이날 태풍으로 신고리 1호기와 2호기, 월성 2호기와 3호기 등 원전 6기가 순차적으로 멈췄다. 연합뉴스
제9호 태풍 마이삭이 부산에 상륙한 지난 3일 오전 부산 기장군 고리 원전 3호기와 4호기가 가동을 멈췄다. 이날 태풍으로 신고리 1호기와 2호기, 월성 2호기와 3호기 등 원전 6기가 순차적으로 멈췄다. 연합뉴스

제9호 태풍 마이삭과 제10호 태풍 하이선 내습으로 국내 원전 6기가 잇따라 멈춰서는 불상사가 생겼다. 강풍으로 인해 발생한 높은 파랑(波浪)을 타고 바닷물이 원전 내 송수전 설비에 유입되면서 벌어진 사고라는데 한두 기도 아니고 고리 3·4호기와 신고리 1·2호기, 월성 2·3호기 등 모두 6기의 원전 터빈이 잇따라 멈춰선 것은 결코 가벼이 여길 일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 한수원은 8일 "설비 이상 시 발전소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설계대로 발전 정지가 이뤄졌지만, 원전 운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원자로 정지로 인한 방사선 환경 영향은 없고, 정지된 원자로도 안전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발전기의 유입된 염분을 제거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도 했다.

한수원 발표대로라면 비상상황 발생 시 원전 보호 장치가 매뉴얼대로 정상 가동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파도를 타고 대량의 바닷물이 발전소 부지 내에 들어와 송수전 관련 설비에 고장을 불러일으킨 것은 결코 일어나서 안 될 일이다. 이번 상황만 놓고 보면 국내 원전 시스템이 태풍에 구조적 취약성을 지니고 있다는 유추도 가능하다. 실제로 2003년 태풍 매미 때에도 고리원전 4기가 침수 피해를 입어 가동 중단됐으며 올해 7월 23일에는 신고리 3·4호기 송전 시설 일부가 폭우로 침수된 바 있다.

태풍이 국내 원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국내 주요 원전 시설이 태풍 등으로 발생한 파랑에 취약한 것이 확인됐다"는 2016년 감사원 감사 결과와도 일치한다. 이 같은 사전 경고와 유사 피해 사례가 있었는데도 한수원은 그동안 무슨 조치를 했는지 의문스럽다. 파도로 인해 국내 원전 발전기가 멈춰 섰다면 국민들로서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기후 재앙이 일상화된 시대다. 그 어떤 위력의 태풍이 들이닥쳐도 끄떡없는 원전을 만들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완벽한 재발 방지책을 한수원에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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