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통의 편지를 받았다. 진심을 담은 다섯 통, 마음을 담은 한 통, 충심을 담은 한 통, 더할 수 없이 다정한 생각을 담은 한 통 그리고 성공을 빌며 보낸 마지막 한 통! 이 편지들은 매리언 울프-인지신경학자, 아동발달학자, 읽는 뇌 분야의 세계적 연구가-가 보냈다. 꼭 끝까지 읽어 주기를 당부했다. 나는 한 통의 편지마다 밑줄을 가득 그어가며 읽고 또 읽었다. 왜? 나의 고민을 알고나 있는 듯 '디지털 시대-책 읽기'에 대해 조근조근 과학적으로 설명해 주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에 전자책을 읽고 인터넷으로 기사를 보고 메일을 주고받는 일상은 자연스럽고 어쩌면 당연한 일들이다. 그럼에도 나는 스크린 읽기보다 종이책 읽기가 더 좋음을 주장했다. 손으로 느껴지는 촉감, 책장을 넘기는 소리, 종이책을 보는 눈, 책 냄새를 '이유 없이 좋음'이라고 했다. 가만 생각해 보면 전자책도 좋은 점들이 있다. 나무를 보호할 수 있고, 간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하고 집 안에서 공간을 차지하지도 않는다. 종이책 읽기와 전자책 읽기 사이에서 설득력 있는 이유는 없을까 고민했다.
여기 <다시, 책으로(Reader, Come Home)>에 그 이유가 있다. 읽는 동안 뇌 회로의 변화를 과학적으로 설명해 주고, 그 근거를 제시했다. 많은 실험들을 해왔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첫 번째 편지에서 "인간은 읽는 능력을 타고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문해력은 호모사피엔스의 가장 중요한 후천적 성취 가운데 하나입니다."(22쪽) 두 번째 편지에서 "유전적으로 결정된 읽기의 청사진은 없다는 것입니다."(45쪽) 인간은 읽기를 습득하여 뇌에 새로운 회로를 다양하게 만들고, 사고의 본질에 변화를 준다. 우리가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읽는가에 따라 사고방식이 달라진다. 지금은 모든 문화가 디지털로 옮겨가면서 읽는 뇌도 변하고 있다.
네 번째 편지에서 "리우는 디지털 읽기에 관한 한 '훑어보기'가 새로운 표준이라고 말합니다."(123쪽) 디지털 읽기의 문제점은 원하는 정보만 읽기, 짧은 글, 지그재그로 읽기 등이다. 그것은 사고의 방식에도 변화를 준다. 깊이 읽기가 되지 않으므로 타인에 대한 공감이 어렵고 비판적 사고가 일어나지 않고 우리의 반성적 사고가, 민주 사회가 위협을 받는다. <멋진 신세계>에서 최고 계급인 알파만 책을 읽을 수 있었던 사실이 이 순간 떠오른다.
매리언 울프는 첫 번째 저서 <책 읽는 뇌>를 통해 읽는 동안 뇌에서 일어나는 일들, 왜 어떤 아이와 어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읽는 법을 배우기가 어려운지를 말했다. 그 연구 기간은 7년이었다. 그동안 세상은 디지털 문화 기반으로 변해있었고 사람들은 디지털 매체 읽기를 하고 있었다. 하루의 많은 시간을 디지털 읽기에 할애한다면 '읽는 뇌'는 어떤 변형이 있을까를 다시 10년 동안 연구했고 <다시, 책으로(Reader, Come Home)>를 내놓았다. 읽기 방식이 뇌에 끼치는 영향, 그것이 미래 사회에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사용하라, 그렇지 않으면 잃는다."(103쪽) 요즘 내가 읽고 있는 책들과 나의 읽기 방식을 돌아봤다. 읽고자 선택한 책들의 종류가 변했고, 읽기 방식은 필요한 부분만 메뚜기처럼 건너뛰며 읽고 주의 집중 없이 쓱 읽어 내려가고 잠시의 침묵도 없었음을 알아차렸다. 어느새 나의 읽기 회로가 퇴화하고 있었다. 매리언 울프가 말하는 인지적 인내를 잃어버리는 중이다. 이 부분에서 침묵했고 나의 머릿속은 번쩍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읽어야 할까? 매리언 울프는 칼비노의 '페스티나 렌테-천천히 서두르기 혹은 천천히 재촉하기'(288쪽)가 길들여진 축소된 읽기 방식에서 풀려나도록 한다고 말한다. 페스티나 렌테는 읽기를 자유롭게 하고 디지털 시대에 읽기 균형을 제시한다. 당신의 책 읽기 뇌 회로는 안녕한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이 책을 읽고 얻은 확신을 여러분도 경험하시길.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