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개에게 자일리톨은 독입니다"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FDA( 미국 식품의약국)의 수의학 센터 (Center for Veterinary Medicine)는 개가 자일리톨이 함유된 식품들을 먹고 저혈당증과 급성 간질환을 유발하는 자일리톨 중독증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출처 FDA)
FDA( 미국 식품의약국)의 수의학 센터 (Center for Veterinary Medicine)는 개가 자일리톨이 함유된 식품들을 먹고 저혈당증과 급성 간질환을 유발하는 자일리톨 중독증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출처 FDA)

얼마 전 반려견 뚱이(가명)가 병원을 찾았다. 뚱이는 먹성이 좋아 포장지 소리만 들어도 냅다 달려든단다. 보호자에겐 어린 두 명의 자녀가 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먹다 흘린 음식들도 뚱이가 주워 먹는단다. 다행히도 보호자는 포도, 피자, 초콜릿, 우유, 치킨 등 개에게 위험한 음식은 뚱이가 먹지 못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런데 건강하던 뚱이가 밤부터 비틀거리고 기력이 없단다. 지금껏 한번도 음식을 거부 한적이 없었는데 급기야 새벽엔 흰거품을 토했다고 한다. 혈액검사에서 뚱이는 혈당이 낮고 급성 간중독이 의심됐다. 평상시 건강한 체형의 개가 갑자기 저혈당과 급성 간염이 나타나면 자일리톨 중독을 의심한다. 개는 자일리톨을 소량만 먹더라도 갑작스런 저혈당에 빠질 수 있다. 심지어 기력 없이 비틀거리며 경련하기도 한다. 자일리톨 중독은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응급상황이므로 자일리톨 중독이 의심되면 최대한 빠른 시간에 동물병원을 내원해야 한다. 12~24시간이 지난 후에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므로 당장의 이상이 없더라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

미국식품의약국(FDA) 수의학센터에 따르면, 자일리톨 중독을 유발하는 식품으로 자일리톨 껌이 가장 흔하며, 무설탕 자일리톨 함유 아이스크림도 있다. 개가 먹을 경우 저혈당증과 급성간질환을 유발하는 자일리톨이 함유된 식품은 의외로 주변에 많다.

자일리톨 껌을 비롯해 사탕, 음료수, 요구르트, 구강 세정제, 치약, 잼, 땅콩버터, 젤리, 빵, 아이스크림에도 자일리톨이 사용된다. 심지어 어린이용 시럽약에도 사용된다. 이러한 식품을 보호자가 반려견에게 직접 주는 경우는 드물지만, 사람이 먹고 흘린 음식을 개가 먹게 되면 자일리톨 중독이 발생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보호자도 진단 검사 결과를 듣고서야 뚱이가 중독증을 유발한 식품이 자일리톨 사탕이란 걸 알았다. 심지어 아이들이 사탕을 먹다 뚱이에게 주기도 했다고. 뚱이는 3일간 입원 치료를 받으며 혈당과 간수치가 안정돼서야 퇴원할 수 있었다. 민감도가 높은 개들의 경우 급속한 저혈당으로 사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퇴원 후 건강한 모습으로 재진 받으러 온 뚱이 보호자가 물었다. "자일리톨이 개에게 위험한 것은 충분히 알겠는데, 요즘 천연 건강 감미료로 각광받고 있는 스테비아(stebia)와 에리스리톨(Erythritol)도 개에게 위험한가요?"

FDA( 미국 식품의약국)의 수의학 센터 (Center for Veterinary Medicine)는 자일리톨 중독을 유발하는 식품으로 자일리톨 껌이 가장 빈번하며, 무설탕 자일리톨 함유 아이스크림도 주의해 줄 것을 경고하고 있다. (출처 픽사베이)
FDA( 미국 식품의약국)의 수의학 센터 (Center for Veterinary Medicine)는 자일리톨 중독을 유발하는 식품으로 자일리톨 껌이 가장 빈번하며, 무설탕 자일리톨 함유 아이스크림도 주의해 줄 것을 경고하고 있다. (출처 픽사베이)

통상적으로 체중 4kg 정도의 소형견에게 자일리톨 0.6g을 급여하면 생명을 위협하는 저혈당과 급성 간부전을 초래할 수 있다. 반면 체중 4kg 정도의 소형견에게 에리스리톨 20g을 급여해도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다. 스테비아는 독성은 없으며 많이 먹으면 설사가 나타나는 정도로 보고됐다.

스테비아와 에리스리톨이 설탕을 대체하여 개에게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는 있다. 다만 굳이 개에게 단 맛을 제공할 필요는 없다. 쓴 약을 먹일 때 설탕이나 꿀 대신 체내 흡수가 덜 되는 올리고당을 극소량을 주는 정도가 무난하다.

일상에서 흔히 보는 식품과 위생용품 가운데 자일리톨이 함유돼 있는지를 꼼꼼이 체크해야 한다. 특히 무설탕·저당으로 광고하는 제품들 중에 자일리톨이 함유됐을 가능성이 높다. 자일리톨이 함유된 제품은 반려동물을 돌보는 가정에는 들이지 않는게 최선이다. 아울러 개에게 치명적인 자일리톨이 함유된 식품이나 제품의 포장에는 반드시 자일리톨 함유를 명확하게 표기할 규정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수의학박사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 SBS TV 동물농장 동물수호천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치료한 30여년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와 반려동물문화를 알리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동물명은 가명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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