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예천 가로수들 어디로?… '묻지마식 식재' 논란

2016년 메타세쿼이아 1천140주, 2014년 둥근 소나무 105주
교통 안전·생육환경 고려치 않아 고사하거나 이식

경북 예천군청 인근에 식재됐던 둥근 소나무 가로수는 나무 높이가 낮아 운전자 시야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이팝나무로 교체됐다. 윤영민 기자
경북 예천군청 인근에 식재됐던 둥근 소나무 가로수는 나무 높이가 낮아 운전자 시야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이팝나무로 교체됐다. 윤영민 기자

행정당국의 '묻지마 식 식재'로 경북 예천군 가로수들이 고초를 겪고 있다. 제대로 된 적합성 조사 없이 심어진 탓에 말라 죽거나 얼마 못가 다른 곳으로 이식됐기 때문이다.

예천 신도시와 원도심을 잇는 남본교차로~오천교 구간에는 2016년 메타세쿼이아 1천140주가 식재됐다. 앞서 2014년에는 예천군청 인근 4차선 구간에 둥근 소나무 105주가 심어졌다. 경북도가 예천군에 기증한 메타세쿼이아 식재에는 약 10억원, 둥근 소나무는 예천군에서 약 6천5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조성했다.

하지만 현재 메타세쿼이아와 둥근 소나무가 있던 자리는 벌써 새로운 수종의 가로수로 교체됐다. 메타세쿼이아의 경우 생육 환경 등이 적합하지 않아 대부분 고사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나무는 물이 많은 곳에서 자생하기 때문에 대부분 저수지나 강가에 식재되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남본교차로~오천교 구간은 지대도 높은 데다 인근이 논, 밭 등으로 사용되고 있어 생육 환경이 부적합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조경 전문가는 "메타세쿼이아가 심어졌던 곳은 주변 논이나 밭보다 지대가 높아 나무가 자라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2019년 당시 고사 중이던 경북 예천군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독자 제공
2019년 당시 고사 중이던 경북 예천군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독자 제공

예천군청 인근 4차로 구간에 심어졌던 동근 소나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 행정'이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이 가로수는 수고(樹高)가 낮아 가지와 잎사귀 등이 운전자 시야를 방해한다는 민원이 빗발치면서 다른 수종으로 교체됐다.

이 때문에 이들 두 구간에는 올해 3~6월 사이 3억8천만원이 투입돼 이팝나무가 식재됐다. 가로수에 혈세가 이중으로 낭비된 셈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메타세쿼이아는 당시 여러 곳에서 자문을 받아 심은 수종"이라며 "생육 환경 등에 대한 분석은 전문가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해명했다.

예천군 관계자는 "6~7년 전 가로수를 심을 때 교통안전과 관련한 적합성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