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추미애와 그 적(敵)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1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1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속담이 있다. 겉으로는 위하여 주는 체하면서 속으로는 해(害)하고 헐뜯는 사람이 더 밉다는 뜻이다. 말도 안 되는 언사들을 쏟아내 아들의 병역 의혹 사태에 더 불을 지르는 여당 인사들을 향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 말을 던지고 싶을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페이스북에 추 장관 아들의 '휴가 미(未)복귀 의혹'을 공익 제보한 당직사병의 실명(實名)을 무단으로 공개하면서 별다른 근거 없이 '범죄자'로 규정했다. 황 의원은 "사건을 키워온 현○○의 언행을 보면 도저히 단독범(犯)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이 과정에 개입한 공범 세력을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논란이 일자 뒤늦게 황 의원은 실명 언급 부분을 '현 병장'으로 수정하고 '단독범' 표현을 삭제했다.

추 장관에게 불리한 사실을 주장한다고 하더라도 27세 청년의 실명을 공개하고 범죄자로 낙인찍은 황 의원의 행태는 매우 잘못됐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 한 사람, 그것도 20대 청년에게 '단독범'이라는 말을 쓰다니 제정신인가"라며 "국민이 범죄자라는 말인가"라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범죄자 프레임 만들어 한바탕 여론 조작 캠페인을 할 모양"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추 장관과 아들을 두둔하려고 한마디씩 거들다가 여론의 역풍(逆風)을 초래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우상호 의원은 "카투사 자체가 편한 군대라 논란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해 파문을 일으켰다. 김남국 의원은 '이번 공격은 국민의힘 당에 군대를 안 다녀오신 분들이 많아서 그런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주장했지만 군 미필자는 민주당이 더 많았다. 정청래 의원은 청탁 의혹을 '김치찌개 빨리 달란 것'에 비유해 여론의 공분을 샀다.

추 장관과 아들에 대한 민주당 비호가 점입가경이 아니라 점입추경(漸入醜境)이다. 적절치 못한 비유·해명에다 급기야 국민을 범죄자 취급까지 했다. 혹 떼려다 혹을 더 붙이는 지경이다. 이번 사태가 '제2의 조국 사태'로 비화하는 것을 막고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를 짐작 못 할 바 아니지만 금도(襟度)를 한참 넘었다. 궁지에 몰린 추 장관에게 아군(我軍)이 아닌 적군(敵軍) 같은 모습을 민주당 의원들이 보여주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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