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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들 휴가 문제없다는 추미애, 그런데 사과는 왜 하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후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 주요 현안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후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 주요 현안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아들의 '황제 휴가' 의혹에 침묵으로 일관해 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게 참으로 기묘하다. "제 아들의 군 복무 시절 문제로 걱정을 끼쳐 국민께 정말 송구하다"면서도 무엇이 송구한지 밝히지 않았다. 그리고 사퇴 의사도 밝히지 않았다.

추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아들의 휴가 의혹에 대한 부인으로 일관했다. "(아들이 2017년 당시) 병원에서 수술 후 3개월 이상 안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지만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부대로 들어갔다"며 "이것이 전부"이고 "절차를 어길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아들의 휴가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정말 그렇다면 사과할 이유가 전혀 없다. 추 장관의 말 대로라면 아들은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휴가 탈영'을 한 것으로 집단 린치를 당하고 있는 것이 된다. 추 장관은 국민에게 사과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의혹을 제기하는 측에 자신과 아들에게 사과하라고 해야 하지 않나?

아들 휴가에 문제가 없다면 증빙 자료를 공개하면 된다. 그러나 군의관 의견서, 병원진단서, 휴가명령서 등 '문제없음'을 입증할 자료는 하나도 없다. 아들이 '무단 휴가'를 했거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폐기했거나 둘 중 하나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절차를 어길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우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추 장관은 그동안 침묵한 것은 "검찰 수사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했다. 기가 막히는 자기합리화다. 아들 문제를 수사하던 검사의 사표를 받거나 한직으로 쫓아버리고, 아들 수사를 방해한 검사를 아들 수사 책임자로 앉히는 등 수사에 영향을, 그것도 아들에 결정적으로 유리하게 영향을 준 게 바로 추 장관 아닌가.

추 장관은 "불법이 있었는지 검찰의 수사를 묵묵히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아니다. 당장 사퇴해야 한다. 아들은 물론 자신도 수사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퇴한다는 말은 없다. 수사를 뭉개겠다는 것으로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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