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예술발전소 기획전 글리치&비주얼 아트 '팬데믹'전

대구예술발전소의 올해 세 번째 기획인
대구예술발전소의 올해 세 번째 기획인 '글리치&비주얼아트-팬데믹'전의 PARTⅠ 전시장 내부.

'PROLOGUE'라고 쓰인 출입구 장막을 걷고 들어서자 한 벽면의 영상에는 여인이 열심히 에어로빅을 하고, 다른 벽면 영화 스크린에선 나체의 두 남녀가 정확하게 2m 떨어진 거리에서 서서히 다가가 포옹을 하는 장면이 되풀이 되고 있다.

(재)대구문화재단 산하 대구예술발전소가 올해 세 번째 기획전으로 마련한 '글리치&비주얼아트-팬데믹'전의 서막은 2층 2전시실에서 이렇게 시작됐다.

임상우 대구예술발전소 예술감독은 "이번 팬데믹전은 PROLOGUE에서 출발해 PARTⅠ, PARTⅡ, PARTⅢ, EPILOGUE로 구성된 연극구조를 가진 공연전시로 PARTⅡ에서 절정을 이룬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대구는 물론 전 세계가 팬데믹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평범했던 우리네 일상은 극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이번 기획전은 이러한 예측 불가한 현상의 동시대성과 돌발적인 음향적 오류를 활용한 글리치 음악의 공통점에 착안, 꾸며지고 있다. 글리치 음악은 전자 음악의 한 장르로 시스템상의 일시적 오류나 오작동에 의한 음향적 결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을 특성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팬데믹전은 글리치 음악과 시각예술의 협업이라고 할 수 있으며 코로나 상황을 겪은 국내외 예술가들이 참여해 그들의 시선을 다양한 예술적 장르로 표현하고 있으며, 각 PART는 15분간씩 다양한 글리치 음악이 함께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번 팬데믹전에 동원된 스피커의 수만 해도 60여 개가 넘는다.

PROLOGUE에서 처음 마주한 영화감독 송영진의 'OPUS1'에 이어 PARTⅠ 'OUTBREAK'는 서성훈의 '자화상' 조각을 시작으로 예기치 못했던 바이러스의 출현에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 했던 당시를 표현한 신준민의 '대구의 12경' 한승민의 '스멀스멀' 등 평면 작품들이 선보이며 마지막엔 완전히 캄캄한 미로를 걸어야 하는 이수영의 '막다른 길'을 어렵사리 지나야 한다.

이어진 PARTⅡ 'CONFUSION'은 재택근무,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 혼란의 절정을 담아냈다.

아델리의 '기억의 조각들'은 혼란 속에서 누구에게나 주어진 삶을 사는 과정 속 수많은 생각들의 충돌과 소멸로 재생산되는 '지금'을 보여주며, 권기철의 '사랑한 후에 남겨진 것들' 윤제원의 'Pixel, Line, Touch' 베른트 할프헤르의 'Game of Life'까지 조각, 평면, 영상 작품들이 당시 대구의 상황과 끝이 없는 기다림의 시간들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PARTⅢ '& LOVE'에서는 일상의 간절함과 나눔의 소중함을 들여다본다.

그동안 인류의 이기적 삶에 대한 경각심과 자연환경의 변화 등 언택트 시대를 맞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물음을 던지는 신준민의 '빛나는 날들' 차현욱의 '그날이 오면' 패트릭 베잘렐의 'DO NOT WORRY' 등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맞아 희망을 갖고 힘들었던 날을 위로하는 작품들이 전시된다.

약 45분간의 관람 후 만나는 'EPILOGUE'의 섹션에 서면 장중한 피아노 연주가 들리면서 관람은 끝을 맺는다. 지금까지 전 과정을 지나면서 들었던 글리치 음악은 작곡가 23(김성수)의 작품이다.

임상우 예술감독은 "바이러스로 인해 불가피하게 겪은 사회적 현상을 예술작품으로 재인식하고 성찰한 이번 전시는 재앙에 대한 좌절을 딛고 희망의 삶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11월 15일(일)까지. 문의 053)430-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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