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품인 양파망에 플라스틱 공을 여러 개 끼워 넣은 자루를 유리상자 안 천장에 이리저리 매달아 놓았다. 언뜻 보기에 신기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어디에선가 많이 보아왔던 풍경이기도 하다.
봉산문화회관 기획 전시공모 선정 작가전인 '유리상자-아트스타 2020'전에 출품된 작가 최성임의 '강을 건너는 방법'이란 설치 작품에 대한 첫 인상이다. 이 설치작품은 작가의 어릴 적 또는 성인이 되어서 가사 일을 하면서 느낀 감성을 오롯이 작품화 한 것이다.
"베란다에 걸려 있는 양파망과 마늘망, 처마 끝의 곶감이나 시래기, 무청 등 집 안팎에서 바라봤던 무수한 시간들은 주로 매달려 있는 것들과 함께한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작가는 '저 양파는 죽어 있나, 살아 있나' '고층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하는 감정이입을 통해 망에 공을 끼워 넣어 매달아 새로운 기둥을 만드는 작업을 했고 '강을 건너는 방법'은 그 공 작업의 출발이 됐다.
최성임에 따르면 '망'은 생명의 유한성, 우리를 둘러싼 경직된 사회 시스템, 집과 같은 물리적 공간의 한계, 생각의 틀과 같은 '경계'이며, '공'은 하나의 '생명이나 예술', 혹은 아직 발현되지 못한 어떤 것의 '씨앗'이다. 따라서 매달려서 흔들거리고 있지만 기둥이 되는 것들, 망 속 공처럼 반복되는 작은 조각들의 존재감 등등 이런 것들에 대한 믿음과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던 게 작가의 솔직한 마음이었고 그것의 형상화가 작품 '강을 건너는 방법'인 셈이다.
설치 작품을 좀 더 살펴보자.
유리상자 전면에 수많은 공들이 들어있는 초록과 푸른색 망들이 강의 깊이를 만들며 덮고 있다. 그 사이에 작은 파도나 물보라 같은 하얀 띠가 중간을 가로지르고 있는데 매달려서 쏟아져 내리는 듯한 느낌, 반투명한 공이 자연광을 받아서 반짝이는 느낌은 강의 흐름을 표현하고 있다. 작가에게 강은 하나의 관문, 시절, 시간의 흐름을 상징한다.
"내게는 매일 매일이 강이었다. 그동안 강의 흐름을 느끼며 나의 무게를 지탱하며 수많은 물결들에 저항하며 무언가는 지키고 또 많은 것들을 버려야 강을 건널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런 의미에서 작품의 제목이 '강을 건너는 방법'이 됐다.
작가는 마지막으로 관람객들도 이 설치작품을 보면서 자신만의 강, 건너온 강과 또 건너야 할 강에 대해 생각해 볼 여유를 가져볼 것을 권유했다. 전시는 10월 18일(일)까지.
문의 053)66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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